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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요? 젊음과 열정의 공간입니다”

  • 무진등
  • 입력 2023.11.13 17:04
  • 수정 2023.11.16 16:37
  • 호수 1704
  • 댓글 1

박우송 상월비보이단장

2003년에 시작한 20년차 비보이 “내 삶에  직업은 비보이 하나뿐”
대회 전 법당찾아 삼배해 “춤 표현은 몸·마음의 짐 부처님이 덜어”
직면한 현실 헤쳐나갈 힘 주는 불교…청년들 불법 즐기고 누리길

“사찰은 수행공간이자 문화공간”이라고 말한 박우송 상월비보이단장은 더 많은 청년들이 사찰에서 ‘불교를 즐기길’ 발원했다.
“사찰은 수행공간이자 문화공간”이라고 말한 박우송 상월비보이단장은 더 많은 청년들이 사찰에서 ‘불교를 즐기길’ 발원했다.

대웅전 앞에 마련된 무대. 공연이 시작되면 음악과 함께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런 상월비보이단의 모습을 관객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응답하듯 땅을 짚고 솟구치는 단원들의 팔뚝에는 힘줄이 돋아나고 발은 허공을 차고 오른다. 도량에서 펼쳐지는 상월비보이단 무대는 색다른 광경을 연출하며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스님들도 몸을 들썩이며 기립박수를 보내곤 한다.

“사람들은 절이 정적이고 엄숙해 다가가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절은 수행공간이자 문화공간입니다.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불자들이 먼저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저희 상월비보이단이 절에서 춤을 추는 이유이기도 하죠. 불교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거에요.”

무대 시작 전 “불자로 이뤄진 ‘상월비보이단’입니다”라는 소개는 불자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무대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고난도 동작을 볼 때 긴장감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집중하게 된다”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멋진 공연을 보여줘서 고맙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 무대의 중심에 박우송(36) 상월비보이단장이 있다.

박 단장은 신심 깊은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양평 용문사에서 사찰음식을 하신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기와불사를 도왔다. 어린 그에게 불사는 힘든 일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였고 박 단장에게 있어 사찰은 놀이터였다.
 

“유년시절 절에서 하던 심부름은 저에게 마치 게임과 같은 놀이였어요.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보다 ‘언제 또 절에 놀러가지?’ 생각했어요. 심심하면 절에 찾아가 스님들과 이야기하고, 뛰고 싶으면 뛰고, 노래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불렀습니다.”

2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 박 단장에게 절은 또 다른 무대가 됐다. 올해 5월 상월비보이단은 수국사에서 상월청년합창단과 MOU를 맺고 당시 수국사 주지였던 호산 스님(현 봉선사 주지)의 후원으로 여러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상월비보이단이 10월18일 불자 예술인이 모이는 ‘2023 불교문화대전’ 개막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상월비보이단이 10월18일 불자 예술인이 모이는 ‘2023 불교문화대전’ 개막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사찰과 불교행사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아시아 출신의 해외단원 4명과 한국인 단원 13명으로 구성된 상월비보이단은 활동에 앞서 불교에 대해 더 깊이 알고자 템플스테이도 참여했다. 

“상월비보이단 활동은 사찰 공연이 많아 절을 자주 방문합니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불자라고는 해도 불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를 더 공부했죠. 사찰 벽에 그려져 있는 부처님의 일대기부터 일주문에 있는 사대천왕에 대한 설명까지 들으며 불교의 매력을 한번 더 느끼게 됐어요. 상월비보이단의 활동이 저희를 더 깊은 불교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상월비보이단의 활동을 통한 전법은 안팎으로 이뤄졌다. 큰 대회를 앞두고 법당을 찾아 절하는 게 일상이 됐다. 부처님께 절을 하다보면 대회 부담감으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자연스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출전한 대회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9월9일 대만 가오슝 뮤직센터에서 열린 ‘2023 리스펙컬쳐 월드 파이널’에 참가해 4:4 크루 대결에서 우승하고 17일 비보이 세계대회 ‘타이페이 비보이 시티’에서 준우승하는 등 뜻깊은 결실도 일궜다.

“가오슝 대회 우승은 정말 꿈같아요. 상금 액수도 상당히 컸죠. 저희 노력으로만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 다스림 없이 연습만 했더라면 과연 우승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정진하는 만큼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춤을 표현하는 몸은 제 노력이지만 마음의 무게는 부처님이 덜어주신 거죠.”
 

절을 하려고 법당에 들어설 때마다 장년의 불자들과 가족 단위로 방문한 불자들을 종종 만났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사찰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발원했다. ‘젊은 사람들이 절에 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던 차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에 보이고, 직접 느낄 수 있으며, 재미와 이익되는 것에 움직이는 것이 청년 아닌가?’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이번에 중고등학교 댄스동아리가 저희 공연을 보기 위해 절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를 보러 절에 왔지만 공연에 앞서 법문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도 해볼 것이고요.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불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스며들 거예요. 그게 바로 전법이죠.”

박 단장 또한 중고등시절 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비보잉을 만났다. 2003년부터 시작한 비보잉이 올해로 20년차를 맞았다. “2006년 쯤에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한동안 춤을 추지 못했다. 비보잉을 하고 싶어 아픔을 참고 꾸준히 재활했고 아직까지 공연하고 있다. 내게 직업은 비보이 하나뿐”이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연습실 임대, 단원들 생활비 등 운영비 마련은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기에 호산 스님과 불자들 지원이 더없이 고맙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비보잉과 불교가 만나 상월비보이단으로 활동하는 요즘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상월비보이단이라 불리게 된 날 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비보잉을 통해 전법까지 가능한 모든 무대가 그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무대의 아이디어는 주로 연습실에서 나옵니다. 연습실이 클수록 여러 가지 무대를 시연해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 연습실이 작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함께 연습하는 단원들의 생활비나 운영비 지출도 쉽지는 않습니다.”

상월비보이단이 10월22일 수국사 ‘우리말 금강경 특별기도 및 상월청년회·합창단 첫 연합법회’에서  대중들에게 비보잉을 선보였다.
상월비보이단이 10월22일 수국사 ‘우리말 금강경 특별기도 및 상월청년회·합창단 첫 연합법회’에서  대중들에게 비보잉을 선보였다.

사찰 공연에서 받은 지원금은 단원 영입과 연습실 마련에 활용하고 있다. 재정적인 노력뿐 아니라 다채로운 공연을 위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상월합창단과  MOU를 맺은 만큼 함께 어우러진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비보잉에 국한된 무대가 아니라 불교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공연도 구상하고 있다.

“상월합창단과 결합된 상월비보이단의 무대뿐 아니라 사찰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문화 공연의 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무용, 사물놀이 등 다양한 무대가 어우러진 ‘쇼(Show)’와 같은 공연도 좋을 것 같아요. ‘절에서 저런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고?’ 할만한 재미있는 공연을 준비하는 거죠. 한국불교의 역사가 1700여년인 만큼 한국문화와 한데 어우러진 공연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정적인 불교, 재미있는 불교를 선보이고 싶어요.”

교종본찰 봉선사에서 10월25일 주지 호산 스님 진산식 후 함께 사진 촬영한 '상월비보이단'.
교종본찰 봉선사에서 10월25일 주지 호산 스님 진산식 후 함께 사진 촬영한 '상월비보이단'.

앞으로 다채로운 공연으로 전법의 선두에 서겠다는 박 단장은 호산 스님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스님과의 인연에 정말 감사하다”며 “꼼꼼하고 정확한 스님의 조언과 든든한 지원은 상월비보이단을 결속시키고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밝혔다. 

"법당에서 절하고 스님들과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 속에서 숱한 고민들을 내려놓게 됐다"는 박 단장은 “다른 청년들도 한국불교의 매력을 느끼고 그 장점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불교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도록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모습 그대로 절에 오면 됩니다. 불교도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려워하기보다 즐길거리를 즐기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가는 거죠.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에게 직면한 현실을 헤쳐나갈 힘도 생겨요. 많은 청년들이 불교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면 불교, 정말 좋거든요.”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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