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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진우 스님, 정릉골 취약계층에 온기 나눴다

  • 교계
  • 입력 2023.11.22 17:00
  • 수정 2023.11.23 14:45
  • 호수 1705
  • 댓글 1

조계종 총무원·산하기관 등 200명, 11월22일
‘정릉골 취약계층’ 위해 연탄 3만4800장 전달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정릉골의 한 낡은 주택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방문에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누추한 곳에…”하며 말끝을 흐리던 찰나 진우 스님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그 따스한 온기에 주름진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번졌다.

낡고 냉기 가득하던 방안에 햇살처럼 자비의 온정이 찾아들었다. 
낡고 냉기 가득하던 방안에 햇살처럼 자비의 온정이 찾아들었다. 

낡은 현관문과 새시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 집 곳곳에는 보온 벽지가 붙어 있었다. 작은 방 안에서 의지하는 것은 오직 난로 하나. 이날 10㎏의 쌀 포대를 들고 나타난 진우 스님은 할머니에게 “아프신 곳은 없으시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90이 넘어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하자, 진우 스님은 "더 잘 챙겨드시고 건강해야 한다"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위로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교역직·일반직 종무원, 산하기관 아름다운동행·사회복지재단 임직원, 무산선원·길상사 사부대중 등 200명이 11월22일 서울 성북구 정릉골에서 '자비실천, 에너지 취약계층 연탄지원'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정릉골은 일제 강점기·한국전쟁 이후 오갈 곳 없어진 사람들이 모여 자리 잡은 마을로, 아직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1960년대 이후 엄청나게 확장됐다가 지금은 재개발 등으로 모두 떠나고 174가구만 남아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교역직·일반직 종무원들이 함께 힘을 합쳤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교역직·일반직 종무원들이 함께 힘을 합쳤다. 

조계종이 준비한 연탄은 한 집당 약 200장씩, 총 3만4800장이다. 할머니와 같은 홀몸노인이 사는 작은 단칸방에서도 하루에 보통 연탄이 5~6장이 필요하다. 200장이면 한달 남짓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계종은 아름다운동행 자비나눔 기금으로 정릉골에 쌀 2000㎏도 함께 전달했다.

경사지고 좁아 연탄배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을 지나 연탄을 날랐다. 
경사지고 좁아 연탄배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을 지나 연탄을 날랐다. 

진우 스님은 비좁은 정릉골 골목을 따라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경사지고 길이 좁아 연탄배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봉사단은 계단에 줄을 지어 연탄을 날랐다. 한 주민은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집 입구에 마련된 연탄창고에는 시커먼 연탄 부스러기만 곳곳에 남았을 뿐 연탄은 한 장도 없었다. 그는 “전기장판이 있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제대로 못 튼다. 스님들이 연탄·쌀을 나눠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환하게 반겼다.

나눔에 앞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봉사단 집결지인 국민대 학군단 앞에서 “소설인 오늘 코로나 확산 이후 4년 만에 이웃들을 만나 연탄과 쌀을 나누는 자비행을 실천한다. 이웃들에게 전달한 이 연탄이 춥고 어려운 겨울을 넘어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봉사자들을 향해 “보살행을 실천하는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자비롭게 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성북구가 지역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함께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 왼쪽) 얼굴에도 검은 연탄 자국이 꽃처럼 피어났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 왼쪽) 얼굴에도 검은 연탄 자국이 꽃처럼 피어났다. 

 

사진=조계종
사진=조계종
사진=조계종
사진=조계종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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