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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전법·전법…온 불교계가 전법으로 결집하길”

  • 교계
  • 입력 2023.11.30 18:07
  • 수정 2023.11.30 20:41
  • 호수 1707
  • 댓글 2

자승 스님이 남긴 마지막 당부

소신 이틀 전, 이례적 언론간담회 자청
교계 안팎 현안에 가감 없이 소신 발언
제1성 전법 “청년 불자 늘지 않으면 실패”
종교편향 해법도 “불자 인재 양성서 출발”
“중앙승가대, 100억 적자 나도 동대와 통합”
정치권엔 “현 정치 독재보다 치졸” 쓴소리

11월27일 서울 봉은사 구생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해봉당 자승 대종사.
11월27일 서울 봉은사 구생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해봉당 자승 대종사.

11월29일 홀연 세연을 접은 해봉당 자승 대종사는 소신 이틀 전인 11월27일 서울 봉은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스스로도 “내 평생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허심탄회하게 질문하라. 솔직하게 표현하겠다”고 말문을 연 자승 스님은 1시간10분 동안 종횡무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답했다. 결국 이날의 기자회견은 자승 스님이 세간을 향해 남긴 마지막 당부가 되었다. 이날 스님은 “미래 불교는 사부대중이 차별 없이 서로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간곡하고 확고한 어조로 “대학생·청년 전법”을 강조했다. 특히 교계 안팎의 다양한 현안들을 향한 자승 스님의 선구안적 견해는 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한 혜안으로 남게 됐다.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을 향한 일갈과 남북문제를 향한 공존·상생의 메시지 또한 우리 사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어른의 가르침이 되었다.

기자들과 둘러앉은 자승 스님의 이날 제1성은 ‘대학생 전법’이었다. 자승 스님은 “대학생 불자 증가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10년간 영(YOUNG) 캠프를 개최해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큼 노력한 것이고, 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상월결사, 포교원, 군종교구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군 제대 후에도 불교 인연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0년 동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자승 스님은 “(이 시스템을 통해 불교를 접하고)사회에 진출한 동문이 다시 (후배들을) 후원하는 선순환 제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불교홀대’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서도 “불자 인재 부족”을 뼈아픈 원인으로 지적했다. 자승 스님은 “근본 원인은 우리가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허물”이라며 스스로 돌아볼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역시 대학생 전법에서 찾으며 “젊은 불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들이 정계·재계·군·언론에 진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사 편향 문제로 ‘범불교대회’ ‘승려대회’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성급한 조치”라고 못 박으며 “현 정부와 여야가 제안한 대선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발전적 미래를 위한 상생의 대응을 주문했다.

대학생·청년 전법의 방편으로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을 제안했다는 점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며 방한 추진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을 계기로 불교계의 여러 종단들이 청년 포교를 위해 결집하길 바라는 뜻이었음도 설명했다. 자승 스님은 “달라이라마 방한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되고 안 되고는 두 번째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자를 통해 청년불자가 결집하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를 계기로 종단협의회도 한뜻으로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결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허심탄회한 기자들의 질문과 솔직담백한 자승 스님의 대답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기자간담회에서는 허심탄회한 기자들의 질문과 솔직담백한 자승 스님의 대답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대학생·청년 전법을 향한 바람과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며 포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교계의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단호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주문했다.

특히 특히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의 통폐합 문제에 관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한 어조로 피력했다. 자승 스님은 “(중앙승가대가) 폐교되면 5000억원 가까운 재산이 (정부에) 넘어간다. 승가대뿐만 아니라 개운사까지 포함된 문제다. 삼보정재를 정부(교육부)에 그냥 넘겨줄 순 없다. 동국대가 1년에 70~80억원, 100억원 적자가 나더라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반드시 중앙승가대를 (불교 자산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앙종무기관 조직 개편에 관해선 “총무원장 스님 중심으로 조직 개편 특위가 구성돼야 한다”며 “원로, 종회의원, 본사주지, 종단중진 스님들과 불교 전문 변호사 등 15명 정도가 협력해 2~3년 안에 로드맵을 설정하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계의 최근 수행 풍토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수행 또한 전법의 다른 길”이라고 정의한 자승 스님은 현재의 간화선 수행 형태에 대해 “부처님 당시에는 우기가 끝나면 걸망지고 나서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수행한 얘기, 화두 든 얘기 느낀 얘기를 전했다”며 “3개월 간 선방에 앉아 있었다고 혼자 만족하고 끝내면 안된다. 결제 때 느낀 게 있다면 해제한 뒤 나눠야 한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찾아 마음 다스리는 법을 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제에 든 2000여명의 스님들은 해제 이후 무엇을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한 자승 스님은 “결제 중엔 묵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제 뒤에도 왜 묵언을 하고 있는가. 삼천년 이어온 불교의 노하우를 선방에서 썩히고 있는 모양새”라고 통렬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자승 스님의 날카로운 지적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특히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고 단언하며 “남북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점은 공존과 상생의 길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지금의 정치는 역대 독재정권 때보다 더 치졸해졌다”며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도덕적 말살”이라는 일침으로 정치인들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이날 자승 스님이 남긴 마지막 당부 또한 다시 전법으로 귀결됐다. 자승 스님은 기자회견 말미에 “1984년 수원에서 포교당을 시작할 당시부터 종단의 각종 소임을 거치고 총무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모든 발자취는 일관되게 포교에 있었다”며 “전법기금 대회에서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11월11일을 전법의 날로 정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종단 차원에서 전법의 날을 정해 시상하는 행사를 열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결국 이 말은 종단과 한국 불교계를 향한 자승 스님의 마지막 바람과 당부가 되었다.

특별취재팀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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