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마조의 언어에 의한 대기대용 방편이었다. 이어서 이번 주는 몸의 동작이나 행위에 의한 대기대용 사상을 만나보자.
ⓐ 마조와 백장이 들판을 지나는 중이었다. 이때 들오리 떼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마조가 백장에게 물었다. “저것이 무슨 물건인고[是甚麽]?”/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갔는가?”/ “이미 날아갔습니다.”
마조가 머리를 돌려 백장의 코를 한번 비틀었다. 백장은 아픔을 참느라고 소리를 질렀다. 마조가 말했다. “다시 한번 날아갔다고 말해봐라.” 백장은 마조의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백장야얍(百丈野鴨)’이란 공안으로 후대 선종사에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마조가 백장에게 물었던 시심마(是甚麽)는 단순히 ‘들오리’라는 형체를 물은 것이 아니다. ‘그 들오리를 보고 있는 자네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함축성을 담고 있다. ‘들오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는 그 작용이나, 코를 비틀었을 때 코가 아프다고 인식하는 그대는 누구인가?’를 제자에게 묻고 있다. 들오리가 이미 날아가 버렸든 바로 그 자리에 있든 간에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작용은 생(生)도 멸(滅)도 없는 불생불멸이건만 어리석은 제자는 현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들오리가 날아갔다고 대답하고 있다.
‘시심마’는 당나라 때 이후 현재까지 수행자들이 화두로 삼고 있다. 이 시심마를 넓혀 살펴보자. ‘옷 입고 밥 먹는 자는 누구인가?’ ‘해우소에서 볼일 보는 자는 누구인가?’ ‘번뇌를 타파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알고 느끼는 자는 누구인가?’ 등 그 ‘누구’라는 자가 무엇인가라는 의미이다. 현재 중국 스님들이 많이 들고 있는 화두는 ‘염불시수[念佛是誰, 부처를 염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인데, 이와 똑같다. 즉 염불시수 또한 시심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에 마조는 백장의 코를 비틂으로써, 깨닫지 못한 미혹을 타파하기 위해 내친 살인도(殺人刀)이자, 어리석은 제자를 깨우침으로 인도하기 위한 활인검(活人劒)이다. 마조와 백장의 들오리 문답상량(問答商量)은 후에 공안으로 발달하게 된 가장 대표되는 이야기다. 동작이나 행위에 의한 선기를 몇 편 더 살펴보자.
ⓑ 늑담법회가 마조 선사에게 물었다.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마조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게.” 법회가 마조 앞으로 가까이 가자, 마조가 법회를 한 대 후려치면서 말했다. “여섯 귀가 모두 같지 아니하네. 내일 다시 찾아오게.”
ⓒ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수행해야 도에 계합할 수 있겠습니까?” 마조가 말했다. “나는 아직 도에 계합하지 못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마조가 별안간 그 승려의 뺨을 후려치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대를 후려치지 않는다면 제방에서 나를 비웃을 것이다.”
세 번째 ⓒ인용문에서 법회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이는 오고 오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묻고 있는 자네의 마음은 무엇인가?’를 경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살펴본 대로 마조는 제자의 심인을 깨치기 위해 거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앞에서 전개한 대로 마조의 다양한 연출들은 마조가 제자들을 지도하는 방법에서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똑같지 아니하다. 곧 마조는 제자 교육에서 언어나 법문보다 대기대용의 방편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와의 법거량[法擧揚, (活作略)]이나 선사들이 행동했던 선문답 등이 바로 후대에 공안과 화두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공안과 화두로 구성되는 이야기들[마조의 고함소리에 백장이 3일 동안 귀가 먹었다는 삼일이롱과 앞의 들오리 이야기인 백장야압]이 대체로 마조에 의해 최초로 시도되었다고 본다. 몸으로 직접 부딪혀 제자들을 깨우침으로 인도하기 위한 그의 선기는 백장·서당·황벽·임제 등 선종사에 거목(巨木)을 배출하였고, 바로 이들에 의해 본격적인 대기대용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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