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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법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2

기자명 일중 스님

고통·괴로움 줄여주는 확실한 길

수행 방해 번뇌 일으키는
5장애 제거하고 극복해야
도반 교류·경전 공부하며
마음 정화하는 노력 필요

법관찰 위빠사나명상에서 첫 번째는 5장애(五障礙), 오개(五蓋) 명상법이다. ‘장애’라고 한 것은 수행의 과정에서 다섯 가지 거친 번뇌들이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개에서 ‘개(蓋)’는 덮개를 의미하는데, 번뇌가 수행자의 마음을 가리거나 명상 대상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덮개라고 했다. 유리창에 커튼을 치면 바깥이 보이지 않고, 빛나는 보석도 헝겊으로 덮어버리면 보이지 않는다. 위빠사나명상은 대상을 정확하게 보고, 명료하게 알아차리는 명상이다. 그런데 번뇌가 마음을 오염시켜서 수행의 진전과 향상을 방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5장애는 반드시 가라앉히고 제거해야 할 법들이다. 그럼 5장애는 무엇인가? 감각적 탐욕, 악의, 해태와 혼침, 산란심, 회의적 의심이다. 

첫 번째 장애 번뇌는 감각적 탐욕(Kāma-cchanda)이다. 감각적 대상들을 향한 강한 열의와 욕망을 의미하고, 또한 자신의 즐거운 느낌 감각을 즐기고자 하는 강한 열망과 집착을 의미한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더 얻으라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최면을 걸어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온 에너지를 다해 감각적 대상을 얻고자 노력한다. 이런 마음은 만족과 자족을 모르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인간은 감각 대상 그 자체를 탐한다기보다는 그 대상 때문에 얻게 되는 자신의 즐거운 느낌 감각을 누리려는 속성과 집착이 강하다. 이성이나 재산, 권력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명상실에서 앉아있는데 이런 번뇌들이 자주 일어난다면, 당연히 장애이고 방해가 된다. 

두 번째 번뇌는 악의(Vyapāda)이다. 악의는 부정적이며 공격성을 띤 해로운 마음이다. 화나 성냄, 분노로 표출될 확률이 커서 개인이나 대중을 해롭게 하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상가라와경은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은 마치 이글거리는 숯덩어리, 잘 달구어진 쇠덩어리, 혹은 똥을 집어드는 꼴이구나. …마치 받아들이지 않은 선물이나 바람을 향해 던진 한 줌 먼지와 같이 그 사람의 노여움도 되돌아가서 제 머리에 떨어지고 말 것을”이라고 했다. 악의와 성냄 같은 해로운 번뇌는 제일 먼저 자신이 피해자가 되고 희생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자애나 연민으로 잘 다스려야 한다. 

세 번째는 해태와 혼침(thina-middha)이다. 마음이 맑게 깨어있지 않은 흐리멍텅한 마음이다. 졸음이나 게으름, 무기력과 우울, 위축된 마음으로 나타난다. 수행자가 수시로 직면하는 번뇌들인데, 수행의 진전이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방석에 앉으면 습관처럼 조는 사람들이 있다. “제가 잠이 부족해서요. 불면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잤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태와 혼침은 정신적 번뇌라고 알아야 한다. 귓볼을 잡아당기든지, 일어서서 명상하든지, 아니면 밖에 나가서 경행을 하던지 다양한 방법으로 해태와 혼침을 극복하라고 부처님은 알려주셨다.

넷째는 산란심이다. 마음이 명상 대상에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 과거와 미래로 방황하는 마음이다. 불안하거나 초조하거나 두려움에 시달리는 마음, 후회나 죄책감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어서 안정되지 않은 마음이다. 명상 대상을 명료하게 알아차릴 수가 없으니 이 또한 수행의 길에서 분명한 장애이고 방해이다.

다섯째는 회의적 의심(vicikicchā)이다. 과학이나 경제 문제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신뢰하지 못한다. 계율의 공덕과 인과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수행을 가르쳐주는 스승에 대해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끝없이 의심한다. 

이런 번뇌들이 있을 때는 제일 먼저 분명히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선 선지식이나 선우와의 만남, 진실한 도반들과의 교류, 경전이나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접하면서 마음을 정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행의 길은 꽃길이나 비단길은 아니지만, 고통과 괴로움을 줄여주는 확실한 길이다. 그래서 권유해볼 수 있는 아주 멋진 길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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