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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155건 중 불교의식 지정문화재 6건뿐

  • 성보
  • 입력 2023.12.08 20:49
  • 호수 1708
  • 댓글 0

1973년 영산재 첫 등재 후 40여년 공백
2012년부터 연등회·수륙재·불복장 지정
“한국문화 근간 다지는 등재 노력 필요”

아랫녘 수륙재 봉행 사진.[문화재청]

살아생전 공적을 미리 쌓아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독특한 불교의식인 생전예수재가 12월7일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면서 불교 관련 국가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가유형문화재의 70%가 불교 관련 성보인 것에 비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불교의식은 전체 155건 가운데 영산재, 연등회, 삼화사·진관사·아랫녘 수륙재, 불복장작법 등 6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불교 무형문화재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발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돼 온 무형의 문화적 유산 중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와 지역 또는 한국의 전통문화로서 대표성을 지닌다. 특히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응하고 세대 간 전승을 통해 그 전형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를 전통공연·예술, 전통기술,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전통 생활관습, 의례·의식, 전통놀이·무예 등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현재 불교 국가무형문화재는 연등회가 전통공연·예술 부문에, 영산재, 수륙재, 불복장작법이 의례·의식 부분에 등재돼 있다.

서울 봉원사 영산재 봉행 모습.[문화재청]
서울 봉원사 영산재 봉행 모습.[문화재청]

불교의식 가운데 처음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것은 ‘영산재’다. 1973년 11월5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영산재는 ‘영산작법’이라고도 불린다. 49재의 한 형태로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영산재는 전통문화의 하나로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행해졌다. 대중이 함께 참여해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아 번뇌와 괴로움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일찍이 국가무형문화재에 등재됐다.

연등행렬 사진.[문화재청]
연등행렬 사진.[문화재청]

그러나 1973년 영산재 등재 이후 불교 관련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40여년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 공백 끝에 2012년 4월 ‘연등회’가 두 번째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연등회는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궁중과 서민을 아우르는 중요한 문화행사였다. 연등회는 2020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인이 공유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역사적으로 서민의 중요한 축제였고, 부처님오신날이 대중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되기에 충분했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삼화사 수륙재 봉행 사진.[문화재청]
삼화사 수륙재 봉행 사진.[문화재청]

연등회 등재 이후 유형문화 중심의 불교계 시각이 무형문화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3년 삼화사·진관사 수륙재가, 2014년 아랫녘 수륙재가, 2019년에는 불복장작법이 잇따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되는 성과를 이뤘다. 수륙재는 천지와 수륙에 존재하는 고혼(孤魂)의 천도를 위해 지내는 불교의례로 영산재에 비해 공익성이 두드러진다. 조선 초부터 왕실 주도의 대규모 국행수륙재가 설행됐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라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불복장작법 봉행 모습.[문화재청]
불복장작법 봉행 모습.[문화재청]

불복장작법은 불상 내부나 불화 틀 안에 사리와 오곡 등 불교와 관련한 물목(物木)을 봉안해 예경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전통의식이다. 고려시대부터 설행돼 7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 왔다. 해당 의례의 저본(底本)인 ‘조상경’이 1500년대에 간행돼 조선시대를 지나 일제강점기에도 비전(秘傳)돼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상경’이 한국에만 있는 경전인 점, 불복장의 절차와 의례 요소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립된 점, 세부 내용에 사상적·교리적 의미가 부여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한국불교가 17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만큼 불교 무형문화재는 문화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며 “특히 한국불교의 다양한 의식을 발굴하고 학술·문화적으로 조명해 무형문화재로 보존·계승하는 일은 한국문화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후손들에게 고유의 전통을 물려줄 수 있도록 무형문화재의 발굴과 계승에 불교계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관사 수륙재 봉행 사진.[문화재청]
진관사 수륙재 봉행 사진.[문화재청]

이지윤 기자 yur1@bepbo.com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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