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 한국화 작가가 서울 무우수갤러리에서 ‘소요유(逍遙遊)-명상과 예술의 변증법’ 전시를 개최한다.
‘소요유(逍遙遊)’란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장자(莊子)가 말한 ‘세상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경지’를 뜻한다. 김정자 작가는 한국화 속에 담긴 이와 같은 정신세계를 ‘나르는 물고기’ ‘허공에 떠 있는 사과’ 등 물아(物我)의 관계를 초월한 명상 시리즈로 재창조했다. 그의 작품 속 시간과 공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며, 현실을 변형 또는 왜곡시키는 르네 마그리트식 초현실주의 세계로 다가온다.
작가의 작품 ‘명상-공존의 시대 5’는 산수화를 배경으로 실체가 없는 낚싯대 앞에 앉은 로봇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의 정체성을 묻는다. 이어지는 작품 '명상-공존의 시대 8'에서 작가의 정신세계는 지구가 그저 작은 주사위와 다름없다. 인간의 사유 속에서 우주는 의식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지구도 작은 공일뿐이다. 작가의 이러한 무한한 명상 세계는 작품 ‘명상-일상’ 시리즈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아울러 작품 ‘명상-주어진 시간’ 속에서는 외롭고 고뇌로 가득찬 인간과 부처의 간극이 멀지 않음을 나타냈다. 인간은 공허한 허상과 벽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원영태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화면에 나타나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연상시킨다”며 “세상의 허튼 근심에서 벗어나 목적을 가지지 않고 노닐면서 훨훨 날아 정신의 절대적 자유를 향유 하려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자 작가는 작품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나의 일상은 행복한지” 묻는다. 물질 만능시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정신적 자유와 평안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관람객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김정자 작가는 이번 전시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Meta_dream 1, 2 Exhibition’ 등 한국화의 영역을 파괴하고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명상 전시회를 꾸준히 이어왔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안산예술의 전당, STI엔지니어링 등에 소장돼 있다.
무우수갤러리는 “사유의 세계가 담긴 김정자 작가의 전시회는 또 다른 명상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자아낸다”며 “작가의 작품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갑진년 새해를 맞아 도약하는 K-ART 세계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했다.
‘소요유(逍遙遊)-명상과 예술의 변증법’ 전시는 1월 2일부터 21일까지 계속된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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