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은 방대하고 난해한 경전의 대명사다. 그래서 ‘화엄경’을 읽고 대의를 깨달아 통달하기란 참으로 난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화엄경’은 한국불교의 큰 줄기이며 한국불교를 다른 지역의 불교와 구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유명 산들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은 의례 비로봉이다.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의 명호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사, 해인사, 고운사, 불국사, 범어사, 통도사 등 큰 사찰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땅이 화엄국토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불교 의식에도 진한 흔적으로 남아있다. 새벽 도량석으로 ‘화엄경약찬게’가 독송되고 신중기도에도 ‘화엄경약찬게’가 쓰인다.
‘화엄경약찬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화엄경’의 내용을 축약했다는 뜻이다. 원래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이다. ‘화엄경’을 용수보살이 축약해 찬탄했다는 의미지만 ‘화엄경약찬게’를 용수보살이 지었다는 내용은 신화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이 경전을 역자 미상의 문헌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특별히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경전이기 때문이다. ‘화엄경약찬게’는 ‘화엄경’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110구(句) 770자(字)로 담아냈다. ‘화엄경’을 30구(句) 210자(字)로 줄인 의상 스님의 ‘법성게’와 더불어 귀중한 경전으로 추앙된다.
‘화엄경약찬게 작은 해설’은 출가 후 30년을 전통경학 연구에 천착해 온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 스님이 ‘화엄경’을 공부하며 익혔던 지혜의 고갱이와 대중들을 위한 자비로운 마음을 담아 글 사리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110구절의 게송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구절구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함으로써 ‘화엄경’의 대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책은 ‘화엄경약찬게’를 근간으로 하되 방대한 ‘화엄경’의 7처9회39품의 대의를 설하면서 110구의 게송 또한 낱낱이 살펴 자세히 일러주고 있다. ‘화엄경’의 제목 풀이와 용수보살과 삼신불에 대한 의미로 시작해, 세주묘엄품 등장인물들의 설법 내용, 1회에서 9회까지의 설법 의식, 입법계품 선지식들의 가르침, 39품의 대의, 유통 정법의 발원까지 서술했다.
용학 스님은 “경전을 읽고 공부하는 일은 경전의 내용을 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경전에서 전하는 지혜와 자비를 체득해 현실의 삶을 좀 더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책을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본문의 과목마다 QR코드를 삽입해 스님의 육성 강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책만의 특징이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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