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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단발성 명언에 생명 부여하려면

새해가 되고 온라인상에선 사람들을 격려하는 명언 숏폼 등 콘텐츠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러한 영상을 매해 시청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시청자 중 한 명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나 늘 그렇듯 시청을 이어갔다. 석가모니 부처님 불상이 배경으로 있는 인생 명언 모음집이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는 어마어마했다.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불교 콘텐츠를 보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10만을 가볍게 돌파한 영상들을 보며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단순히 불교를 더 많이, 더 깊이 담아내지 않아서가 아니다. 종교 색채를 대중 미디어에 담아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창작자로서 이해하기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내가 청년 불자로서 아쉬웠던 건 ‘불교’라는 종교가 가진 전법 방식의 한계성이었다. 종교가 없는 이, 타종교를 따르는 이들이 불교라는 종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불교 콘텐츠를 보았을 때 콘텐츠 뿌리가 된 핵심 소재의 출처 정도는 밝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 부처가 알려주는 10가지 인생 명언’이란 제목의 영상이 있다면 어느 경전 구절인지 가르침 문장과 함께 기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중들이 반복적으로 재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 경전들의 종류와 명칭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마치 문장 어투나 특정 얘기의 흐름을 보면 성경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이웃 종교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전도하는 것처럼 불교 경전 또한 그 안의 스토리를 대중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한문이 한글로 번역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명상 같은 마음챙김 선 실습 말고 활자의 가르침은 어색하기만 하다. 조금 더 쉬운 버전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 불교를 콘텐츠화 한다고 해서 단순히 불교의 다양한 부처님들의 모습을 캐릭터로 만든다든지, 애니화하거나 불교의 메시지를 다큐/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융합시킨다는 직선적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 더 치밀하고 민첩하게 전법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보기에 ‘아, 불교구나'가 아니라 ‘찾아서 알고 봤더니 우리 생활 속 불교 문화였구나’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우린 그 스며드는 과정을 만드는 시간 속에 놓여 있다. 종교적 가르침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그 하나만을 보고 대중화에 힘쓴다면 센스가 좀 부족한, 또는 요즘 말로 힙한 불교의 느낌이 묻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조금 더 친밀하게, 조금 더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면 불교는 반드시 더 널리 알려질 것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청년 불자이자 작가로서 불교 콘텐츠화에 열을 쏟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청년 불자의 파워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종교 콘텐츠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게 자연스러운 콘텐츠 제작이라면 지금의 명언 숏폼들도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일 텐데,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하지? 개인적 생각으론 이 고뇌 끝 물음의 해답 역시 ‘출처를 밝힌’, 불교 숏폼들의 반복뿐이다. 그리고 여기에 당연스럽게 요즘 청년, 중장년, 노년층의 사회적 고민에 반응하는 불교의 메시지가 세련된 편집 방식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저 단발적인 소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들이 실행된다면 불교 전법의 또 다른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는 적기가 찾아 올 것이다. 틀림없이!

한완정 작가 wanjung0419@naver.com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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