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을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이라 한다. 그만큼 방대하다는 뜻이다. 팔만대장경이라는 통칭도 마찬가지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무량한 가르침을 모두 담았다는 의미에서 팔만대장경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워낙 많고 방대하다 보니 이를 모두 배우고 익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미로 같은 경전의 늪에서 빠져나와 핵심적인 가르침만을 배울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가 경전 속 ‘게송(偈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게송은 불교에서 붓다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한시 형식의 노래를 말한다. 범어에서 나온 ‘게’와 한시의 ‘송’을 합하여 ‘게송’이라 한다. 불교 경전의 내용을 시의 형태로 되풀이하여 설명한 것이다.
경전은 서술적인 가르침이 대부분이지만 중간 혹은 경전의 끝에 핵심만을 간추려 운율을 넣은 시가(詩歌) 형식의 게송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가 형식이기에 외우기가 쉽다. 또한 가르침의 골수를 담고 있기에 이것만 수지독송해도 경전을 모두 배우고 익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책 ‘삶의 지혜를 위한 붓다의 노래’는 중산향적 스님이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펴낸 불교 게송집이다. 스님은 팔만대장경 속 대승 경전 중에서 게송만을 발췌해 주제에 맞게 모은 다음 쉬운 우리말로 풀이해 불자들이 경전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배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심혈을 쏟았다. 스님은 가야산 해인사에서 출가한 후 교와 선을 배우고, 프랑스에서 가톨릭과 불교의 수행 방법을 비교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또 해인사 주지를 역임하고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초대 교육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이 나오기까지 지난한 세월이 흘렀다. 해인사 발간 월간지 ‘해인(海印)’ 창간 및 초대 편집장을 지낸 스님은 해인사에 소장된 팔만대장경에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만을 발췌해 한국의 책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냈지만 10년이 지나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팔만대장경에서 핵심적인 게송만을 간추리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송집 편찬 작업에 들어간 후에도 교학에 조예가 깊은 이들의 자문과 검수를 거치면서 5년이라는 세월이 또 유수처럼 흘렀다. 이렇게 도합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를 놓듯 한땀 한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한 권의 게송집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책은 8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대승불교 수행의 핵심인 육바라밀에 따라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순으로 구성했으며 여기에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사성제와 부록으로 위대한 조사 스님들의 선시를 따로 덧붙였다. 각각의 장별로 그 가르침에 부합한 게송을 모아 놓음으로써 여러 경전의 조각조각 흩어진 가르침을 찾지 않아도 되게 됐으며 무엇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하게 됐다. 특히 각 장을 차례로 읽고나서 마지막에 접하게 되는 조사 스님들의 선시는 공부한 내용을 더욱 응축시켜 큰 배움의 대미를 장식한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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