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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유독 불교계에 ‘오만한’ 오세훈 서울시장

  • 기자칼럼
  • 입력 2024.03.11 10:27
  • 수정 2024.03.11 10:48
  • 댓글 0

오 시장은 알아야 한다
불교계 지적 묵살할수록
강경 대응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3일 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불교계 여론이 들끓고 있다. 2월 28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기념관 건립을 강행하면 서울시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3월 5일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까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종교편향 특위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연대해 피켓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본격화된 것은 2022년 8월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개장하면서다. ‘역사물길’ 연표석에 “보우 처벌”이 새겨졌음이 알려지면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그해 9월 16일 오후 당선인 신분으로 광화문 광장을 찾아 우려를 표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그러자 오 시장은 부랴부랴 조계사를 찾았다. 진우 스님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고 총무원과 서울시의 협의체를 구성해 서울 순례길은 물론 서소문공원 등 가톨릭 성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서울시의 가톨릭 성지 문제 중 말끔히 해소된 것은 거의 없다. 광화문 광장 역사물길의 “보우 처벌”이 “보우(허응대사) 입적”으로 고쳐지긴 했지만 그 외엔 모든 것이 그대로다. 지금도 ‘프란치스코 교황 시복식 터’가 새겨진 거대한 바닥돌이 광화문 광장 한복판엔 박혀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는 가톨릭 성지로서의 ‘형조 터’와 ‘신앙증거터’ 바닥돌, 성지 안내간판 등이 버젓이 세워져 있다. 서울순례길, 서소문역사공원, 보행도로에 새겨진 가톨릭 마크, 서울 유적지마다 세워진 가톨릭 성지안내 간판도 그대로다.

당시 불교계 내부에선 ‘오 시장 퇴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강경 여론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4월 전국비구니회를 중심으로 공공영역의 성지화 문제를 일반에까지 확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선은 지켜보자는 입장이 우세했다. 오 시장이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났고 시정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온 것은 ‘이승만 기념관’이었다. 지난해 11월 오 시장이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이어 보도된 언론에선 오 시장이 직접 PT(프레젠테이션)까지 발표하며 조계종과 태고종의 총무원 사이 공간인 송현공원을 이승만 기념관 장소로 제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었다.

하지만 2월 23일 열린 서울시의회의 시정질의에서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고 “이승만 기념관 입지가 송현공원으로 결정되면 (추후)불교계와 협의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밝히면서 오 시장을 향한 인내심은 불쾌감을 넘어 분노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오만한 발언에서 불교계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불교계 여론을 대놓고 무시한 것은 물론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초대장관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반대 의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가톨릭 성지화 문제도 잠잠해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식의 안하무인 태도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선 가톨릭계 눈치만, 송현공원에선 개신교계 눈치만 살피면서 시민들 의견을 대변하는 불교계 지적만 어물쩍 넘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알아야 한다. 그럴수록 민심의 준엄한 평가를 받도록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음을.

 

jeongj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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