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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힌두철학자 석굴암에서 2500년 전 붓다를 만나다

기자명 탁효정

네루대 R. 나라야난 교수 방한


<사진설명>석굴암에 들어 선 순간 인도에서 태어난 석가모니를 만난 느낌이었다는 나라야단 교수.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네루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나라야난(R. Narayana) 교수는 석굴암에 대한 감상을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나라야난 교수는 네루대학교에서 현저한 업적이 있는 교수에게 부여하는 디스팅기쉬드 스콜라(Distinguished Scholar) 칭호를 받을 정도로 인도학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현재 인도 A.P.J. 압둘 칼람 대통령의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그의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들어본다.

“인도에서 태어난 석가모니를 저는 한국에서 만났습니다. 인도나 다른 불교국가에 남아있는 예술이 인간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을 그렸다면 석굴암 부처님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실존적 존재로 형상화된 예술입니다. 인도 북부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부처님이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인 토함산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로 형상화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국 사찰을 방문한 계기는.
“최근 인도에 한국인 기업들이 하나둘씩 진입함에 따라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인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인도 시장과 국제관계에 관한 강연을 위해 공식으로 초청했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만큼 한국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해인사와 석굴암에서 몇일을 머무르게 된 것이다.”

-한국의 사찰에 잠시 머문 느낌은?
“아주 절제되고 질서정연한 느낌을 받았다. 한반도에서 1000년 이상 꾸준히 지속된 만큼 엄격한 통제와 자기정화의 시기를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 문화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코드들이 사찰 곳곳에 변형된 형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사찰 문과 벽, 제단 등 곳곳에 표현된 연꽃은 힌두교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인도인들에게 숭상돼온 꽃이다. 연꽃은 해가 들 때 꽃잎을 열었다가 해가 질 때 잎을 닿는 식물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연꽃이 신과 인간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존재한 태초의 에너지 태양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 고대로부터 숭상해왔다. 석굴암에 표현된 금강역사는 힌두 문화에서는 두아라크 팔라스(Drarak Palas)라고 해 성스러운 길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밖에도 브라만의 형상을 딴 삼면불, 사천왕상 등 힌두 문화와 유사한 모습을 보면서 힌두교와 불교의 공통적인 코드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석굴암 부처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예불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아무런 미동도 없이 석굴암 본존불을 바라보기만 했다. 석굴암에 들어선 순간 나는 예불을 집전하는 스님의 목소리도 내 옆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하는 신의 모습이 아니라 절대적 진리를 깨친 인간으로 형상화된 부처를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 아름다운 조각을 보면서 나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과 직면함으로써 우주의 진리를 만날 수 있는 불교의 높고 위대한 이상을 석굴암 부처님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나라에서 왜 불교가 소멸됐나.
“불교는 인도에서 단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다만 불교교단이 사라졌을 뿐이다. 힌두교는 대부분의 종교와 병립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범위가 방대하다. 하지만 불교는 카스트를 부정하고 기층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95%의 정치경제적 실권을 누리던 브라만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갔다. 때문에 브라만들은 자이나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 내부에 받아들였지만 불교교단과의 병립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불교 사상은 베다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여전히 인도 문화 속에서 지속돼오고 있다. 한 예로 인도의 많은 가정에서는 아직도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며 힌두 사원에서도 부처님이 성자의 한 명으로 모셔져 있다.”

-최근 인도에서 불교신자가 늘고 있다는데.
“최근 인구의 6∼7%가 불교를 믿을 정도로 불교신자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인도 정부 또한 불교정책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이런 흐름을 통해 한국불교와의 교류 또한 확대되길 원하는 바이다. 한국의 스님이나 불교학자들이 인도로 많이 유학하고 있는데, 한국 불교계가 이들을 위한 학교를 인도에 설립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채식주의자라고 들었는데, 왜 채식을 하는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브라만 계층인 우리 집안은 육식 금지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고기는 다른 존재를 죽인 그 시체를 먹는 것이다. 신과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부정한 것과 가까이 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과일과 야채로도 인간은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소감을 짤막하게 설명한다면.
“몇일간 돌아본 한국의 문화는 아주 간결하고 단아했다. 석굴암은 말할 나위도 없고, 감은사 3층석탑, 다보탑 등을 통해 군더더기가 없이 깨끗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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