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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나도 각자의 길 걸은 것 원망은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만행 준비하는 지율 스님 병상 인터뷰

청와대 앞 58일간의 단식을 회향한 지율 스님이 9월 1일 퇴원했다. 퇴원 하루 전인 31일 스님은 퇴원을 준비하며 그간의 심경을 정리한 병상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병상일지를 쓰면서도 음료수와 죽 등을 천천히 먹는 등 스님은 매우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주먹만한 고추장 병을 침대 옆에 놓아두고 수시로 조금씩 떠먹을 만큼 위장 기능도 회복됐다. 고추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릴 글과 화면 등을 꼼꼼히 챙기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스님 얼굴에서는 벌써 새로운 활기가 엿보였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큰 무리 없이 회복돼 가고 있다. 다시마 국물 같은 것도 먹었다. 31일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다. 다른 음식물도 오래 씹어서 죽같이 만들어 먹는다. 조금씩 자주 먹고 있다. 장이 제자리를 잡았는지 배변도 정상이다. 어찌된 일인지 매운 것이 먹고 싶어서 고추장을 조금씩 먹었는데 며칠만에 한 병을 다 먹었다. 회복 속도는 빠른데 팔다리 감각은 회복이 늦다. 아직까지도 피부 감각은 둔하다. 9월 1일 퇴원한다.

이번 단식으로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생명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다. 그리고 천성산 재판의 승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공사는 이미 너무 많이 진척된 상태다. 이제 와서 그것을 백지화 해달라고 청와대 앞에 선 것이 아니었다. 생명의 문제, 우리사회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는 생명파괴의 현실을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랬다. 가장 큰 성과는 도롱뇽 소송에 동참해준 24만여 명의 시민들이며 그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 인식을 확산시켜 100만 명의 소송인단이 갖춰지면 재판부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다.

백지화 요구는 없었는데, 백지화에서 물러선 시점은 언제였나.
1차 단식 때까지만 해도 백지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가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뿐이다. 2차 단식 들어가면서 이미 백지화에 대한 가능성은 접고 있었다.

청와대 앞에서 병원으로 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나.
대답 없는 벽에 서서 문 두들기고 서 있느니 작은 구멍으로 쫄쫄 흐르는 물이라도 찾아 나가야될 듯 싶었다.

금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근에 느낀 점인 있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였다. 적과의 싸움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상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대통령, 문재인 수석, 환경단체 그리고 나 우리 모두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각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단식 40일을 넘기면서 분노나 미움은 다 사라졌다.

천성산 생태환경에 대한 전문가 평가도 진행이 원활하지 못 하다. 결국 천성산과 도롱뇽 지키기는 불가능하게된 것 아닌가.
돈 없어 영향평가 실시 못해도 할 수 없다. 가난이 죄도 아니고…. 여력이 안돼서 도저히 천성산 개발을 막을 수 없게 된다면 그것도 하는 수 없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천성산 뿐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개발에 대한 인식,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도롱뇽 소송인단 100만 명은 천성산과 도롱뇽만 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리고 이들이 재판에 힘을 보탰을 때 재판정의 인식은 바뀔 것이다. 재판에 대해서도 패소를 걱정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면서 투쟁을 할만한 사안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은 생명을 지키는 문제여야 한다. 우리 지역, 우리 사찰의 문제가 아닌 인류가 반드시 해야 할 문제 즉, 땅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문제라면 목숨을 걸만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울에는 9월 중순까지만 있고 주변을 정리한 다음 전국 순례를 생각하고 있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의 개발과 변화에 대한 문제들을 모으려고 한다. 지역민들의 이야기도 듣고 또 내 경험도 이야기해서 전국의 환경문제를 하나로 엮어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넷 등을 통해 전달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가급적 혼자 다니는 길이 될 것이다. 11월에는 천성산에 들어가 암자에서 지내려고 한다. 그곳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달간 생태기행을 하고 싶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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