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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행다선과 한마음 다선

기자명 법보신문
“色香味, 진흙에 연꽃 피우듯

수행하는 마음으로 마셔야”


행다(行茶)하는 순간순간이 알아차림으로 깨어있으니 시끄러운 번뇌도 사라지게 되고 마음은 적정 그대로의 선(禪)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행다로 마음을 깨우는 선, 즉 행다선(行茶禪)인 것입니다. 행다선을 하는 차 모임을 갖는 것은 때 묻은 마음을 닦아내고 정화하는 것이니, 진흙에 연꽃을 피우는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임을 자주 가지면 서로 간의 반목과 경쟁심, 의심, 갈등, 미움, 질투, 불만족, 공허함 등을 없앨 수가 있습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과정을 이렇게 알아차림으로 행하면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착하지 않는 심리가 소멸되어 한 송이의 차 꽃에서 또는 한 잔의 차 속에서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우주의 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차 마시는 것이 그대로 우주의 몸짓이요, 생명살림의 아름다운 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차 마시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차 마심은 차 마시는 행위 자체가 수행의 방편이며 차 마시는 그 자리가 禪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색향미 한마음차’라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음차의 한마음이란 현상계와 본질계의 경계가 본래 없는 줄 알고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짐으로 해서 주객이 본래 하나임을 알기 때문에 한마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한마음차란 차의 색향미를 통해서 이러한 한마음이 이루어지므로 색향미 한마음차라고 하는 것입니다.

차공양까지 하면 색향미 한마음 공양차가 됩니다. 그냥 한마음차와 공양차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색향미 한마음 다선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색향미의 한마음(一心)차 명상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명상(瞑想)과 선(禪)과의 관계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명상과 선은 차이가 있습니다. 명상은 그윽이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영상(映像)을 떠올려서 마음상태를 그 영상의 내용과 같게 하여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것입니다. 반면 선은 말과 생각을 떠나는 것으로 미세한 영상이나 생각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색향미 한마음차나 공양차는 먼저 명상을 통하여 마음을 정화시키고 난 뒤 말과 생각을 떠나는 선(禪)으로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빛깔(色)은 탐욕, 향기는 성냄, 맛은 어리석음과 관계있습니다. 색향미 한마음 다선은 탐욕을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바뀌게 합니다. 또한 남을 해치는 성내는 기운을 차향기의 미묘함을 명상함으로써 그 기운을 한없는 자비심으로 변하게 합니다. 어리석음은 차 맛이 변해가는 순간순간을 알아차림으로 해서 고정관념이 타파되고 차 맛에 대한 무지가 지혜로 전환됩니다.

즉, 차 맛이란 조건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임을 꿰뚫어 봄으로써 차 맛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독립된 실체가 없으며 맛을 조절하는 주체가 없음(무아)을 깨닫습니다. 무상과 무아, 공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차 맛에 대한 무지가 타파됩니다. 나아가 확고부동하다고 생각되는 몸과 대상에 대한 무지도 버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무상, 무아, 공은 차 맛에만 한정되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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