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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낙산사는 불타버렸나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이번 양양 고성 산불의 하이라이트는 ‘낙산사 화재‘다. 며칠동안 계속된 산불로 양양에서 250hr, 고성에서 150hr 등 모두 전국적으로 430hr의 산림이 훼손되었고 농가 250채, 이재민 376명이 발생하여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국민의 관심은 ’불타버린 낙산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것은 낙산사가 1300년이나 된 신라의 고찰인데다가 관동을 대표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라서 우리 국민이 대개 잘 알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산불이 너무나 유별나고 특수한 국민적 충격을 몰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냥 산불이라면 전국 도처에서 흔히 있어온 것이고 특히 영동지역에선 연례적으로 대형산불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처럼 국민적 충격이 심하지는 않았을 듯 싶다.

헌데 이번 산불은 크기도 크려니와 낙산사라는 국민적 명소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부각되는 것 같다. 산불이면 산불로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불은 불이난 산에서 동떨어져있고 대로를 건너 있는 낙산사까지 건너와 태워버렸으니 기이한 느낌이 크고 게다가 낙산사 주변의 산림은 물론 낙산사의 18채 건물 중 13채를 전소시키고 특히 나라의 지정문화재인 보물 479호 ‘낙산사 동종’을 흔적조차 없이 삼켜버렸으니 이런 저런 구설로 인구에 회자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우선 이번 산불을 일으킨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을 욕하지 않을 수 없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하필이면 마른 풀섶에 꽁초를 버리는 몰지각한 행동이 정상적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는 규탄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 주변의 끽연가는 거의 그런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사람에게 재앙을 몰고올 수 있는 그런 끽연가들의 잘못된 습관을 이번 기회에 고치겠다는 자성이 필요할 것도 같다.

또 하나 욕을 먹는 것은 잔불정리를 잊어버리고 대강 불을 끄고 철수한 사람들의 잘못이다. 5일 낮까지만 해도 산불은 거의 잡혔다고 소방공무원들은 말했다. 하지만 오후 3시쯤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불똥이 낙산사로 날아오면서 단 두시간 사이에 낙산사는 초토로 변했으니 철저하지 않은 진화작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정부나 공무원들은 이런 낙산사의 피해는 강한 바람과 상승기류가 합작해 만들어놓은 자연재앙이라고 한다. 불똥이 그렇게 멀리까지 날아가 불을 지피는데 인력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변명하기 바쁘다. 또 산불진화에 필수적인 대형헬리콥터가 두 대뿐이고 나머지는 기상이 악화되면 쓰기도 어렵다고 둘러대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더나은 장비구입을 위해 국민을 쥐어짜서 세금을 더 거두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적 발상일 뿐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양양 고성산불은 위정자들에 대한 하늘의 진로로 이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국민의 여론을 회피하려고 정부는 재빨리 100억원의 돈을 풀어 이재민들을 달랠 셈이다. 문화재청장은 30억원의 예비비를 풀어 낙산사를 복원하겠다고도 한다. 낙산사 동종도 6개월 안에 복원해 놓겠다고 다짐한다. 모두 돈으로 땜막음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그런 돈은 위정자들의 주머니 돈이 결코 아니다. 불타버린 낙산사를 그냥 방치하는 것 보다야 낫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심수습용이란 느낌이 짙다. 위정자들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나라 경영에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몽골의 난이나 6.25사변 때나 불타버렸던 낙산사다. 지금은 그만큼 나라가 위태롭다는 것을 위정자와 국민이 실감해야한다. 불교계역시 낙산사의 소실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낙산사 주지 정념스님은 “스님들의 수행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을 했다지만 스님들은 낙산사의 소실을 부처님의 노여움으로 받아들이고 크게 자책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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