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누가 그대를 여기 오라 했는가?”
“고려에서 혜근이 스스로 왔습니다.”
시절인연이 닿을 무렵 지공이 또다시 나옹 선사에게 물었다.
“하늘의 해와 땅의 조사를 모두 다 쳐부수는 그 경지에 이르면 그것은 무엇인가?”
“안팎이 다 붉습니다.”
순간 나옹 선사는 천지대각을 이루며 송했다.
“허공을 싸안고 그림자와 형체 뛰어나고/
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몸은 항상 깨끗하다/
눈 앞의 참 경개(景槪)를 누가 능히 헤아리리/
구름 걷힌 푸른 하늘에 가을달이 밝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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