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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조계종 종조는 누구 下

기자명 법보신문

심재열, “태고 법통설은 사대주의 발상”

“거듭된 논쟁 보다 한국 불교에 맞는 법통 마련”지적도


1994년 9월 29일 조계종은 종단 개혁과 함께 도의 국사를 종조로 하는 종헌 종법을 발표하면서 조계종 종조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종헌 종법의 다소 애매한 종조, 중흥조에 대한 규정으로 인해 논쟁의 불씨는 쉽게 수그러들지 못했다. 이는 조계종의 종헌 종법 제 6조에서 “조계종의 종조는 도의 국사로 중흥조는 태고 보우국사”로 규정하면서도 종명 종지를 다룬 제 1조에서 “본종은 대한불교조계종이라 칭하다. 본종은 신라 도의국사가 창시한 가시산문에서 기원해 고려 보조국사의 중천(重闡)을 거쳐 태고 보우국사의 제종 포섭으로서 조계종이라 공칭하여…”라는 구절을 삽입해 누구를 중흥조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종헌 종법에서도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개혁 종단이 채택한 종조와 중흥조에 대해 비판을 가하며 다시 논쟁의 불씨를 확산시켜 나갔다.

원효사상연구소 심재열 소장은 「조계종조는 왜 보조국사인가」(다보, 1996)를 통해 “조계종의 법통을 논함에 있어 태고 등을 종조로 내세우는 것은 사대주의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며 “조계종의 종조는 보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논문에서 “태고 보우가 활동하던 시기는 고려 말로 이는 조계종이 세상에 출현한 지 150년이 지난 뒤의 일”이라며 “보조가 중국에 가서 전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종조라 할 수 없고 단지 중국에서 인가를 받아왔다는 이유로 태고가 종조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심 소장은 “태고 법통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태고의 법을 환암이 이었고 환암의 법을 다시 구곡이 이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환암은 태고가 아닌 나옹의 법을 전수 받았다”며 “이 같은 증거로 볼 때 태고 법통설은 후대에 날조된 것일 뿐 조계종의 종조는 당연히 보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국대 정태혁 명예교수는 “한국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화엄원융사상으로 이는 법화경의 개삼회일(開三會一) 사상과도 상통하는 것으로 보조가 염불요문에서 경절문·원돈문·염불문의 3문으로 나누고 염불문을 비하했으므로 이것은 원융회통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태고는 염불과 선을 원융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한국불교의 법맥이 태고로 이어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며 태고 법통설을 지지했다.

이처럼 종조(법통)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자 학계에서는 거듭된 논쟁의 불씨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종단이 학계와 공동으로 조계종의 종합적인 법통연구를 통해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대 박해당 박사는 2000년 1월 불교포럼이 주최한 월례발표회에서 “현행 조계종 종헌에는 도의, 지눌, 태고 종조설을 절충하는 형태로 법맥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조계종 종헌에서 도의→지눌→보우로 이어지는 태고 법통설을 채택하고 있으나 보우는 지눌이나 도의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이어 “사실도 아니고 이념적 필요에 따라 허구적으로 구성된 법통설에 집착하는 것은 결코 불교적 입장이 아니다”라며 “이제 조계종은 세속적 혈통주의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인맥중심의 법통관념에서 벗어나 불교의 종합적 전통을 아우르는 진실된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종조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른바 종조 논쟁은 근대 이후 1세기 가까이 진행됐지만 누구를 종조로 중흥조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조선시대 당시 시대적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태고 법통설 보다는 고려시대 법맥을 형성한 보조를 종조로 보아야한다는 견해가 다소 높다. 종조 논쟁은 학자들간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조계종의 법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명확하게 조계종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인맥 중심의 법통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 불교의 법통설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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