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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願力)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박 찬 희
중앙대 교수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늘 무엇인가를 바라면서 삽니다. 더 많은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바라는 분도 있고, 하루하루의 일상이 좀더 편하기를 소박하게 바라기도 합니다. 세상에 종교가 아무리 다양해도 이런 바람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비슷합니다. 집안 식구 잊지 않고 두루두루 외우며 몸 건강히 잘 살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은 다들 마찬가지이지요.

남 잘못되게 해서 나만 좀 더 잘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이상 무턱대고 ‘기복신앙’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리 더 큰 인류의 행복을 기도해야한다고 외쳐도 우리 할머니 우리 어머니는 당신들과 자식인 저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것을 아끼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요. 기도는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 왜 하는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본 질문일 것입니다.

부처님에게 빌면 부처님이 당장 보살을 보내서 도와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불교의 가르침이 갖는 특징의 하나는 기도란 것이 절대적인 힘에 대한 매달림이 아니라 스스로의 뜻을 세우고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라는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당장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고 오랜 세월을 거치기도 한다는데 제 지력의 범위를 넘으니 함부로 얘기할 일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바람이란 것이 단순한 욕망의 차원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모아 뜻을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것을 ‘원력(願力)’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는데, 불교의 가르침 곳곳에는 원력에 대한 일화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중 한명이 왜 자신이 으뜸 제자가 아닌지를 묻자 ‘너는 부처의 좋은 제자이기를 염원했고 그는 으뜸 제자이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란 답을 주셨습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선수를 염원했기 때문에 그곳에 있습니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리그보다 더 대단해서가 아니라 뜻을 세웠기에 가 있단 말입니다.

‘하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정말 마음만 먹으면 세상 일이 절로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하려고 들지 않으면 일이 될 가능성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시작이 반’이란 말도 실은 뜻을 세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아닐까요?

바람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가 바라는 것이 진정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스스로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기도란 이런 자신의 바람을 절실하게 돌아보며 새로이 뜻을 세워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절실하지 않은 바람도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저나 제 주위를 돌아보면 의외로 생각해볼 점이 많습니다. 살다보면 왜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밖에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일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경우 실은 제 스스로가 그만큼 밖에 뜻을 세우지 않았던 것을 발견합니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 순간 실은 더 이상의 뜻을 세우지는 않은 것이지요.

그러면 모두가 죽기 살기로 끝없이 뜻을 세워가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뜻을 세우지 않고, 나아가 그 이상을 넘어서 이룰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으뜸 제자만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으뜸 제자가 되려고 뜻을 세우지 않았으면서 왜 나는 으뜸 제자가 아니냐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대중들이 고개 숙여 많은 것들을 빌고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나도 절실한 경우도 있고, 또 아주 얌체 같은 마음도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이 얌체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얌체가 살고 있단 말이 더 맞겠지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어도 작은 깨달음은 이룬 셈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는 진정 무엇을 왜 바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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