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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 도입에 관심가져야

기자명 법보신문
이은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수없이 다양한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를 웃고 울리는 ‘인간극장’.
그것은 내가 종종 보는 TV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게 꾸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카메라가 어떻게 다가가느냐 또는 다가갔기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진솔한 삶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에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 온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어느 무명가수가 정신지체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들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놀라운 것은 그 아버지가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데다 정신적인 장애까지 있는 노인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그의 삶에서 그분의 자비와 사랑이 느껴졌다. 병환으로 오랫동안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생각에 아쉬움과 더불어 가슴은 더욱 뭉클해졌었다. 반대로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 내용의 방송도 있었다. 중년의 정신지체 여성이 친척과 함께 살면서 온갖 학대와 경제적 착취를 당하는 것이었다. 그 친척은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람을 거두어 주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당당해 했다. 그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이 연이어 나오는 것을 보며 우리네 삶이 왜 이리 팍팍할까 한없이 가슴 저미기도 했다.

앞서본 두 가지 경우는 정말 상반된 예로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것처럼 우리 삶에서 누구나 한번쯤 직간접적으로 겪어야만 할 것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이 2005년 현재 9.1%에 이른다고 한다.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들어섰으며 2026년에는 노령인구의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장애유형별 상담 비중이 예전의 지체장애에서, 갈수록 정신지체나 정신질환 장애의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수치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대비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의 속도로 증가하는 노인들과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 대한 진정한 인권보호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의 문제를 그들의 입장에 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는 더없이 미약하다. 현행민법의 한정치산 혹은 금치산 제도는 보호라는 명목 아래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오히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성년후견제는 노인 및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되 본인의 경솔한 행위로 불행을 초래하는 사태만를 막고자 한다. 노인과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독일과 일본에서 연구하던 중 성년후견제를 접하게 되었다.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 법학자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었는데 국회에서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입법작업을 하게 되었다.

성년후견제는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노인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어느 무명가수처럼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성년후견제를 형식적인 법제로 머물지 않고 진정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제도로 만들어 갈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따뜻한 사회는 제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식과 사랑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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