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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여, 삶의 희망을 노래합시다

기자명 법보신문
장 용 철
윤이상평화재단 사무처장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에 대한 통계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1만 2000명으로 하루 32명꼴로 자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자살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 최고라고 한다. 유명 영화배우가 우울증으로 생을 포기하고, 유망한 기업인이 자신의 집무실에 뛰어 내릴 때만해도 그저 그럴 수도 있는 인간사 비정한 ‘고해살이’의 한 현상쯤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통계를 놓고서는, 그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 사회복지예산이 국가 전체예산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바야흐로 선진복지국가를 꿈꾸는 나라에서 자살자들이 이와 같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리현상이 얼마나 뿌리 깊은 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시 만해도 1구(區) 1노인복지관 시대를 열었고, 청계천에 새물맞이 축제가 한창인데, 정작 생활고와 삶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이면도로를 통해 한강대교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또 얼마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는 염세와 비관이 43%로 가장 많고, 병고, 빈곤, 사업실패 등이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염세·비관과 사업실패 등이 자살 원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연령대별 자살자 가운데가 30대~5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연령대에서도 특히 남성의 자살비율이 여성보다 2~3배가 많다는 사실은 자살의 주된 원인이 가장으로서의 생활고와 경제적 불안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자살은 얼마든지 예방가능한 일종의 ‘질병’이라고 말한다. 주변의 관심과 의사소통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만 올바로 가동이 된다면 적어도 세계 1위의 자살국가라는 오명은 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살률이 집중된 중장년층 가운데서도 유독 40대의 고통과 불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각종 질병과 사고 사망자도 이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20, 30대에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예기치 못한 IMF도 정면으로 뚫고 왔으나, 긴 경제불황으로 인해 ‘조기퇴직’의 위협과‘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시달리는 40대들은 문득 ‘빈 들판의 허수아비’ 같은 자신들의 초상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 용어로 40대는 인생의 ‘쌍봉시기(雙峰時期)’라고도 불린다. ‘쌍봉시기’란 돈과 명예를 모두 향유할 수 있는 인생의 절정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일부의 경우이고, 대부분은 ‘나이듦에서 오는 초조함’으로 생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있어서의 40대는 쌍봉시기가 아니라 쌍절(雙切)시기인지도 모른다. 자살로 죽고, 질병과 사고로 죽고, 우리나라의 40대는 정녕, ‘낀세대’로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아버지와 남편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불행한 세대들인 것이다.

부처님은 35세에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불혹(不惑)이라는 말이 아니어도 40대는 인생의 중량감과 삶의 맛을 아는 중후한 세대다. 연령대지진과 함께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를 지혜롭게 맞이하여 ‘늙은 청년시대’의 주인공으로 살기위해서는 40대를 마냥 불안과 절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제2의 삶을 준비하는 터닝 포인트로서의 또 다른 ‘희망찾기’로서의 40대의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다. 어깨가 처지고, 뱃살이 흐르는 이 땅의 40대들을 위하여 다함께 가슴 잔잔한 삶의 응원가를 불러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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