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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대화의 필요성

기자명 법보신문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은 대표적인 다종교사회이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이교도와 매일 부딪히면서 어울려 지낸다. 한국에서는 아직 종교 간의 큰 충돌은 없었던 셈이지만 여러 부정적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과거와 오늘 날의 종교분쟁들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 또한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불교도보다 더 많은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종교생활을 편안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지혜와 실천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종교이든 그 근본 교의에 의하면 본래 관용과 화해, 여유, 부드러움 등의 원만한 덕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고등종교는 생사를 넘어 영원의 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그러나 종교는 자칫 편협하고 독선적인 우월주의에 빠지기 쉽고, 민족문제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어 고질적인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종교간의 대화를 통해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을 도모하고, 공동발전과 진실한 실천을 이루어갈 필요가 있다.

한편 종교간의 대화를 주도하여 나갈 그룹이 있어야 하는데 성직자 집단이 나서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를 통해 여러 종교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통관할 수 있는 지성인 집단이 비교적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종교학이라는 하나의 학술연구 분야의 활동을 통해 종교 연구자 간의 만남이 있어 왔으나 전문 연구자만이 참석할 수 있는 분위기와 운영시스템으로 인해 일반 종교인은 그 자리에 어울리기 어려웠다. 종교란 본래 대중성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문적 연구성과가 대중성을 상실한 채 일부 소수 연구자만의 전유물이 된다면 그만큼 종교성을 상실한 것이 된다. 그래서 종교간의 대화는 각 종교의 만남 뿐 아니라 학술연구자와 일반 종교인, 그리고 일반 사회 대중이 함께하는 자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각 종교 주요 종단의 대표자들이 모여 종교간 협의와 교류를 위한 몇몇 모임과 활동이 있지만 이 또한 대중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종교간의 대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면서 떠오르는 테마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추어 이 과제를 위한 노력과 연대가 너무 미진한 상태이다.

차제에 전남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2005년 10월 27일‘한국종교간대화학회’의 창립을 보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 학회가 갖지 못한 대중성을 살리고, 실질적인 상호 종교 공부의 심화를 위해 새로운 진행방식의 학술발표회와 자유집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학술연구기관지 뿐 아니라 시판용 대중잡지 「대화하는 종교」(계간)도 발간하게 된다. 또한 여러 종교문화예술이 한 자리에서 공연되는 문화제도 격년으로 개최한다.

성직자와 학자, 그리고 일반 종교인과 사회인이 한자리에 어울려 상대방의 종교를 존중하고, 배우는 자세로서 질의응답과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펼쳐지고, 방송을 통해서 자주 방영된다면 종교인을 비롯한 국민의 정신이 크게 성숙되고, 나아가 한국이 세계의 정신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인의 종교 성향과 전통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바탕이 있다고 본다. 한국은 여러 종교가 함께 어울려 지고한 종교의 정신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다.

아직 대화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현실에서 종교간의 외면과 편견을 해소하며 학회의 활동을 펼쳐 나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가장 포용력이 큰 불교가 이러한 활동에 앞장 서 나가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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