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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받는 인격체가 되자

기자명 법보신문
목 정 배
동국대 명예교수

모든 사람들은 눈만 뜨면 일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노동을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 안쪽에서 생각하면 의식의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일은 바로 업이다. 업은 생각의 촉각으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다. 그 생각의 촉각은 밖으로 향해 작용하면서 자기 쪽은 가능한 다치지 않고 외형세계를 살피고 나간다. 밖으로 나아가다 조금만 자기 촉각에 손상이 있으면 안으로 움츠리고 만다. 이러한 일상의 일들은 언제나 자기 쪽으로 편향하는 성격이 짙은 자아중심인 것이다.

우리들 주변에도 자아중심에 도취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상대에 대해선 조금도 관심이 없다. 설혹 관심을 둔다 해도 상대를 비하하거나 멸시 모멸하는 대상으로 생각할 뿐 상대를 이해하거나 존대할 의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악의적 독존의식에 사로잡혀 자기만의 세력을 구축하여 자아만족을 누리고 있다.

고칠 수 없을까? 고칠 수 있다. 이러한 병고를 고치려고 한다면 먼저 ‘자신이 남에게 인사를 하는지’, ‘행길에서 비껴서고 있는지’ 먼저 이 두 가지를 점검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는 사람도 만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도 먼발치에서 눈인사를 보내게 되면 어딘가 따뜻한 훈김이 들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더더욱 길을 멈추어서 두발을 모으고 양손을 포개 잡고 읍을 하면서 절인사를 하는 경우는 없어졌다. 그래도 인사는 정중하게 이룩되어야만 가슴 깊은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데 이젠 바랄 수가 없다.

서산 스님의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씀이다. 예불은 공경과 굴복을 표하는 것이라 하였다. 사실 부처님께 공경을 드리고 굴복한다는 것은 부끄럽거나 아깝지 않지만 사람사람이 사람들에게 공경을 드리고 굴복한다는 것은 어딘가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이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는 것에 우리 사람들의 인격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자아적 독자적 인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남을 공경하거나 남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감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감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남을 공경하고 남에게 굴복 당할 수도 있다고 마주보는 마음을 가진다면 혼자의 나에서 많은 남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하루 생활하는 방향이 바꾸어져야 한다. 자기중심의 촉각을 높이 세우고 자기 쪽으로 정보를 입수하려고 하지 말고 촉각의 더듬이를 상대를 향한 인사로 사용하고 더 나아가 그 촉각이 굴복을 의미하는 신호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가 날로 황폐한 사상의 대립으로 치성하고 있는 것은 자기 생각의 노래를 고성방가로 불러대고 있는데, 이 노래는 음조도 박자도 무시된 난음잡조임과 동시에 그 노랫말이 모든 사람들의 시정에 감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북풍의 시격을 강요하고 있으니, 어느 남촌 사람이 박수를 치게 되겠는가.
사람은 일을 한다. 그 일은 모든 사람에게 흥을 돋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 혼자서 일을 많이 한다고 그 일의 몫이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배분되지 않으면 그 일하는 사람만이 힘에 부쳐 지치고 말 것이다.

앞서서 일하는 사람은 언제나 예불을 받을 수 있는 인격체가 되어 혼신의 일을 하면 우리 모두가 공경하고 굴복할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은 공경과 굴복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는 사람인 것이다.
세상은 본래 청정한 예경을 자아내는 자연스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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