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단화합 이룩하자

기자명 법보신문
지 안 스님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종단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제32대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학덕 높으신 훌륭한 스님의 당선에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종단과 불교의 위상을 제고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이다.

우리 불교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 가운데 종단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분파주의로 인한 승가 본연의 정신인 화합정신의 결핍이다. 이는 비록 불교계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 곧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고질적 병폐가 되어 있는 것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대한 시대적 사안이다. 현대 사회를 두고 혹자들이 ‘불신의 시대’니 ‘불화의 시대’니 하고 평하는 말들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행되고 있다.

하지만 화합 상생하는 공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분파주의의 대결이 특정 지역 사회나 단체 안에서마저 기승을 부리며 횡행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심각한 문제다. 이조의 사색당파가 국력을 쇠약케 하여 나라를 어렵게 만들었듯이 특정 종교의 일개 종단 내에서, 그것도 승려 수효 1만 2000여명에 불과한 조계종단 내에서 분파로 인한 내부갈등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불교의 앞날은 희망이 없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를 통합과 분열의 논리로 설명하는 역사가들도 있지만 분열의 시대조류에 편승한 것인지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 분파적 대립이 노골화 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는 세도를 잡으려는 정치적 오염에서 온 후유증의 결과일 테지만 수도의 집단에서마저 정치적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수도의 본분사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앙집권 정부 조직을 본 딴 삼권분립 형태의 종단의 조직구조가 종권차지를 위한 세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불교의 역량을 위축시키고, 부처님의 정법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음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하여 일부 불교인 사이에선 총무원 무용론까지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한때 조계종 하면 분규의 종단처럼 인식되던 시절도 있지 않았는가?

정보사회에 있어서 전문화의 추세에 따라 사회의 기능이나 단체의 기능이 전문적으로 세분화되면서 갈래가 많아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전문성의 문제가 아닌, 공익을 위한 통분의 분모가 커져나가야 할 판국에 파벌만 조장하여 대중 단체의 응집력을 감소시키는 일은 전체대중을 배반하는 일이고 이야말로 절집안의 대중공사감인 것이다. 오역죄 가운데 파화합승(破和合僧) 죄에 갖다 붙일 수 있는 죄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분파를 조장하지 말고 파벌을 조성하지 말자는 말이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우리 불교는 언필칭 구두선격으로 대승적 차원이라는 말을 잘 쓰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데 이 말을 쓰는 당사자들의 사적인 경우를 보면 대개가 소아적인 소영웅심리에 빠져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내 세우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그렇다. 분파주의나 파벌주의의 배경에는 소영웅심리가 작용하고 그들이 내세우고자 하는 턱없는 공명심 때문에 때로는 나라가 시끄럽고 교계가 시끄럽고 종단이 시끄러운 것이다. 전혀 대승적 차원이 아닌 소아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남을 위한 헌신과 봉사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조계종단이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 『금강경』에는 나를 비우라는 무상(無相) 법문이 일관되게 설해져 있다. 소영웅주의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다.

분파주의의 극복은 먼저 권력 소유자 쪽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자꾸 자기편을 만들려는 세 확장을 도모하지 말고 반대편 사람에게 화합의 신호를 구체적으로 보내야 한다. 이른바 코드정치는 금물이다. 탕평책을 써서 인재기용부터 조화롭게 해야 한다. 부처님의 법은 조화 통일로 가는 진리의 문을 달고 있으며 이 문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들어오게 하는 것이 부처님 법의 활용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