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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층 자살치유 불교가 나서라

기자명 법보신문
박 건 주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우리는 얼마 전에 충격적인 뉴스를 들은 바 있다. 지난 1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학생이 4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인에게 이 사실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종교란 생사문제를 해결하는 가르침인 까닭이다. ‘종교’에서 ‘종(宗)’은 ‘근본’, ‘근원’의 뜻이고, 근본문제는 곧 생사문제이다. 불교도 생사윤회를 벗어난 영원의 해탈을 설하고, 기독교도 영생을 설한다.

생명의 영원성을 회복하는 길을 가르치는 종교의 정신에서 보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은 생명의 영원성에 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반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 행위는 근본에 저촉하는 것이라 그 죄악성이 아주 크다.

또한 자기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목숨이라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 부모가 낳아주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여 생산한 곡식으로 몸을 유지하여 왔으며, 여러 선생님과 이웃으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 자신을 살찌어 왔다. 중생과 세간이 어울려 함께 나를 양육한지라 그 은덕을 알아야 하고, 빚진 것을 중생과 사회에 조금이라도 갚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목숨이 자기 것만은 아니다. 또한 생명이 고귀함은 그 존재의 성품이 부처님과 같고 하느님과 같다. 그러므로 자살을 해서는 안 된다.

생명과 영원에 관한 사회의 현상과 문제는 국가와 사회제도 등 모든 방면에 그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특히 종교계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 오늘날 청소년층의 자살 증대 현상에 종교계는 모두 깊이 자성해야 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살은 대체로 정서가 불안정하고, 마음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데서 쉽게 유발된다.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이 부족한 것도 큰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근래 교육의 현장은 정서 순화나 마음의 안정을 이끄는 면은 거의 없고,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고, 문제풀이의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머리는 피로하고 가슴은 불안이 가중되어 삶이 싫어진다.

불교는 특히 마음을 순화시키고 안정시키는 법문과 여러 수행법이 있어 오늘날 교육에 결여되어 있는 면을 잘 보완해줄 수 있다. 쉴 새 없이 혹사되는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과 장소가 제공되어야 한다. 듣고 읽는 시간 외에 조용히 앉아 쉬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근래 여러 사찰에 대규모의 수행처가 건설되고 있다. 일반 대중들도 주말이나 며칠씩 산사에서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잘 갖추어지고 있다. 이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설이 더욱 필요한 곳은 바로 학교다. 포근한 목재와 황토로 된 전통 한옥 형태의 선방이 학교마다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의 하나로 그 곳에서 좌선 등의 시간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가 예산으로도 건립하고, 불교계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학교 선방을 세워야 한다. 깊은 산골에 거대한 선방을 건설하는 것보다 청소년 교육의 장에 건립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이다. 불교계에서 우선 몇 개의 학교와 협약하여 건물을 지어주고, 좌선 등의 행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다.

기독교계 등 타종교의 반발을 고려하여 그 곳에서 각자의 종교에 따라 선택하여 각 종교별 명상시간을 갖도록 하면 될 것 같다. 밖으로만 치달아 가던 마음을 잠시나마 돌이켜서 평안과 안락의 맛을 보게 할 것이다. 교육은 이렇게 지성과 감성이 함께 계발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성적과 취업 문제로 긴장과 불안의 연속인 청소년들에게 종교계가 나서서 휴식의 장을 마련해주는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늘날 종교계가 그 해결에 앞장서야 할 책무 가운데 하나이다. 중생에게 가장 효용성이 있는 불사가 무엇인지를 불교지도층은 잘 파악해야 하고, 겉모습만 화려하고 거창해지는 현실의 불사들을 전환시킬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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