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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권오영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77년 광덕 스님 만나 불교 입문
오빠 직장암 계기로 다시 정진


내가 반야심(般若心) 이란 법명을 받은 것은 30여년 전이다. 계를 수지하고 법명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거룩한 일이지만 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단풍이 아름다운 어느 해 가을, 가까운 친지 한분이 승가의 일원으로 태어나는 자리에서 나도 계를 받았다. 당시 계사는 금하당 광덕 스님으로 내 나이 20대 초반이었다. 수계는 물론 불교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나였지만 스님의 청아함과 성스러운 의식은 나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했다. 1977년 광덕 스님이 이끄는 종로 대각사 불광법회에 동참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불광법회 법우들의 신심은 참으로 대단했다. 나 역시 매주 정기법회를 참석하고 매달 순례법회에 동참하며 철야 정진, 합창단 활동 등을 참여하며 신심을 굳건히 다져 나갔다. 한때는 출가를 결심할 정도로 매진했지만 그 복은 나에게 주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를 힘차게 염송하며 도반들과 신행활동을 이어갔다.

불광법회와 인연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중 광덕 스님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절 수행이다. ‘절을 많이 하라’는 스님의 말씀에 따라 매일 108배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절 횟수를 점차 늘여갔고 언제부터인가 새벽예불 후에는 500배를 올리는 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다. 휴가차 도반들과 산사를 찾을 때면 3000배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어느 해 사리암을 방문해 3000배를 올리고 해인사 백련암에 계신 성철 스님을 친견한 추억은 언제 떠올려도 새롭고 소중하기만 하다.

1982년 불광법회가 잠실에 법당을 마련했다. 강북에 살고 있던 나로서는 교통문제로 법회에 참석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또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가 갈수록 법회에 동참하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직장과 집마저 부천으로 옮기게 되면서 법회는 고사하고 법당을 찾는 일조차 뜸해져 갔다. 가끔 등산을 가는 기회가 생겨 산사를 찾게 되면 예불을 모시는 것만으로 스스로 만족해하고 대견해 했다.

2000년에 접어들기까지 결코 무난한 세월은 아니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도보다는 내가 지은 업보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또 광덕 스님을 생각하면 죄송스런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나마 불교에 대한 작은 불씨를 간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일상적인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인연 있는 비구니 스님의 호통어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당장 스님이 계신 절로 오라는 엄명이었다. 그리고 나의 절 수행은 다시 시작됐다.

예전만 못하지만 주말이면 용인에 있는 스님의 절에서 기거하며 스님의 말씀도 듣고, 예불을 모시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집근처 석왕사를 방문해 법회를 참석하는 등 조금씩 부처님 품으로 다가가는 기회를 늘여갔다.

그러던 2002년 11월. 20여년간 인생의 선배이자 사업의 동반자로 동고동락해 온 오라버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병명은 직장암 말기. 이제 겨우 환갑을 맞았을 뿐인데 청천병력의 날벼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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