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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도쿄대 명예교수 기무라 기요타가(木村淸孝)

기자명 법보신문

중국 화엄서 출발… 동아시아 불교사 정립

본지는 지난 2003년~2004년까지 인기리에 연재됐던 ‘세계불교석학들’을 독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새해 벽두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 해외 석학들의 다양한 연구분야 및 성과를 소개함으로써 한국불교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한국불교학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 코너는 격주로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기무라 기요타가 교수는 원래, 중국화엄사상(中國華嚴思想)의 연구자이다. 「초기중국화엄사상의 연구」(1977년)라는 학위 논문은 지금도 화엄 교학 연구의 토대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후 기무라 교수는 연구 영역을 중국 불교 뿐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즉 중국, 한국, 일본으로 확대해, 그러한 기반을 구성하는 일반상(一般相)의 해명과 각 지역에서의 개별의 구체상(具体相)을 파악하는 연구로 전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한역불전(漢譯仏典)의 해석 문제, 중국 전통 사상과의 교섭 문제, 중국에서 성립한 의위경전(疑僞経典)의 사상 분석과 동아시아로의 유포 문제, 동아시아 불교 사상이 가지는 철학적인 문제 등, 동아시아에서 불교 수용의 여러 문제들을 검토했다. 특히「동아시아 불교 사상의 기초 구조」(2001년)에서는 자신의 여러 논고들을 ‘동아시아 불교사’라는 관점으로 정리해, ‘동아시아 불교사’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하여 정리하였다.

역사학 등의 분야에서도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하는 그의 연구 태도는 비교적 일찍부터 볼 수 있었지만, 불교학 분야에서의 본격적인 연구로서는 기무라 교수의 고찰이 최초이며 앞으로의 불교학연구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시점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기무라 교수가 ‘동아시아 불교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종래 불교학 연구방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즉 그것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불교 그 자체를 묻는 것으로, 원시불교(초기불교), 혹은 대승불교를 중심으로 고찰이 진행되어 그 중에서는 역사적·풍토적인 구별을 무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불교를 사상사적 문화사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거기에서는 불교의 역사적·풍토적인 변용(変容)이 최대의 관심사가 된다. 그 중에서는, 인도불교, 중국불교, 일본불교라고 하는 지리상의 구별이 설정되어 그 위에서 각각의 지역에서 불교의 역사적 전개 양상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에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불교를 산 인간의 사상으로서가 아니라, 초월적·사변적인 체계로서 이해시키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지리상 국토가 역사적으로 변동하여 또 그 담당자인 민족 혹은 부족도 반드시 일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정화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제지역의 불교와의 관련을 경시하거나, 혹은 불교의 본질에의 관심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동아시아’라는 틀로 불교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기무라 교수에 의하면 ‘동아시아 불교’란 한역불전(漢譯仏典)을 주된 근거로, 동아시아 제지역에서 각각의 전통적 사유와 교섭·융화하면서 형성되어 온 불교로, 이른바 중국불교·한국불교·일본불교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동아시아 불교도 불교이기 때문에 우선 불전의 수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도 문화권에서 성립한 불전이 그대로 도입된 것이 아니고 한자로 번역된 ‘한역불전(漢譯仏典)’이라는 텍스트를 통하여 도입되었다고 하는 점을 우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한역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중국의 문화권과 접촉하여, 나아가 그것이 주변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전통적인 사유와 교섭·융합하고 있는 것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것들은 다음에 말하는 ‘동아시아 불교’연구의 어려움에도 연결된다.

우선 한역불전의 문제이다. 중국에 불교가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후한(後漢)대부터이지만, 그 당시 중국에서는 이미 고유의 높은 문화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불교나 그 외의 고대인도 사상이나 그리스 사상에 필적할 정도의 뛰어난 철학 사상·종교 사상이 만들어 갔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불전 수용은 그 당초부터 철학적 종교적으로 지극히 성숙한 한어(漢語)로 번역되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친밀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수행되었다. 다음은 한역불전과 한문문헌에 공통되는 어려움은, 한어가 가지는 다의성(多義性)과 문법상의 기능 및 한문이 가지는 의미상의 유연성에 유래한다. 하나의 말과 문장에 대해서, 몇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것이 한문에 있어 드물지 않다. 특히 불교한문은 사전을 찾아, 문법서를 참조하는 것만으로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적지 않다.

따라서 기무라 교수는 향후 ‘동아시아 불교사’를 연구해 나갈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다음의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한역불전·한문자료의 특징을 잘 인식하고 또 중국·한국·일본 등 각각의 정신 풍토에 배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본적 자료와 참고문헌 등을 한층 더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료 면에서 종래 흔히 볼 수 있던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経)』수록 본에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태도를 고쳐 여러 자료를 참조하는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사본(寫本)이나 고간본(古刊本)의 유무에 주의해, 그것이 현존하는 경우는 가능한 비교·대조를 시도할 필요가 있는 점이다. 또 참고문헌에 대해서는 우선 기본문헌의 일자색인(一字索引) 같은 것을 하나하나 작성해 나가는 착실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셋째 연구 방법론을 명확히 하여, 독해력을 닦아, 논술을 명석 및 엄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불교는 제지역의 고유의 사상·문화와 융화한 불교이다. 그러므로 한역되기 이전의 불교와 동아시아 제지역의 사상·문화와 양쪽으로 통하지 않으면 동아시아 불교의 착실한 연구는 불가능하다. 나아가 한문에는 그 어의(語義)·문법에 관련되는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 그 때문에 종래는 어려운 한어(漢語)를 그대로 다용하여 독단적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연구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연구자는 그러한 점을 깊게 반성하여 정확한 독해 위에 서 알기 쉽고 설득력이 있는 논술을 하도록 유의해야 된다.

넷째 관련 제분야와의 연결을 깊어지는 것이다. 원래 불교 그 자체가 서구적인 학문의 분류로 생각하면 학제적 연구 방법이다. 거기에는 윤리학, 심리학, 논리학, 종교학, 민속학, 언어학, 역사학 등의 연구 대상이 착종 한 형태로 들어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 불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 동아시아 불교의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지 그 중에 포함되는 제 지역 상호간 뿐 아니라, 인도 불교, 또 근접한 제 분야의 연구 성과에도 고루 주시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섯 째 국제적 교류의 추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동아시아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제적인 학회나 연구 성과에 대한 공표도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교류의 정도는 작고, 그 성과가 충분히 해외에 전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섯 째 비교철학(比較哲學)의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현대 세계는 모든 면에서 하나에 연결되어 일체화되고 있다. 사상학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면 ‘동아시아 불교사’를 어떤 관점에서 파악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기무라 교수는 첫 번째는 상술한 바 와 같이 한역불전의 탄생과 전파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역사상 동아시아 안에서 불교자가 국경을 넘어 국제적 활동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역경, 구법, 또는 전도 등의 영역에서 활약하여, 문화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이루어 왔는데, 그 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불교 교단과 국가의 관계이다. 인도의 경우, 세속적인 세간 위에 출세간이 있는 이층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의 경우 대체로 일원적인 세속 세계이다. 그러므로 성스러운 세계를 희구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불교 교단이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세속 세계와 성스러운 세계와의 갈등이 동아시아 불교의 특징이다.

네 번째로 사상적으로 동아시아 불교사 전체를 관철하는 기반은 ‘도’ 사상이다. 초기 중국 불교에 불(佛)을 ‘도’와의 관계로 파악하는 사상을 볼 수 있는데 ‘도’ 사상 자체는 불교 전래 이전에 중국에 이미 존재한 것이다. 이것은 중국 전통 사상 안에서 불교 사상을 해석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로 파악된 불교는 인도 불교와는 다른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인도의 대승불교에서는 긴 수행 끝에 성불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인데 동아시아의 ‘도’는 지극히 주체적, 현실적인 것이며, 깨달음의 요건은 최대한 단순화되어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단축되며 그것은 일순간이라고까지 말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불교는 중국의 도가나 유가의 ‘도’ 사상을 도입하여 그것과 불교의 깨달음·반야·열반·진여 등의 진리나 이상에 관련되는 제 개념들을 조화시켜, 복합적인 ‘도’의 이념에 크게 의존하면서 불교를 넓혀 갔던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 연구원 사토아츠시


“삶의 의미”고민하다 佛學 입문

e-mail 인터뷰

·불교학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선생님들과 달리, 인간이나 사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역시 선생님이 당초 윤리학을 연구하셨던 것과 관련합니까? 선생님의 학문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조동종(曹洞宗) 사원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가 젊은 무렵 병든 몸인 것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엄격하게 승려로서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제가 사원을 계승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고, 제 자신도 막연하게 그것을 거의 받아 들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로 진학함에 따라 점차 ‘인생이란 무엇인가’든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가’라는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절 인연이 있어서 알고 있던 도쿄 교육대 하가토넨 선생님의 권유로 도쿄교육대학에서 윤리학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인도 철학 연구 내지 불교학연구의 전통이 되고 있는 문헌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에 들어간 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과 그 사상에 대한 관심이 제 학문적 영위의 출발점에 있고 윤리학을 배워서 그 관심은 한층 더 깊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는?

“문헌학 등의 훈련을 거친 덕분에 불교나 인도, 중국 사상에 대한 고찰의 폭이 넓게 되거나 어프로치가 다양화 한 것들은 다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 그 중에서도 진지한 종교적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최근 그들의 사상이 가지는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그것들을 넘는 통합적인 것을 밝히고 싶은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이 관점으로부터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중요하다고 생각해지는 다양한 문제에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전망은?
“저는 도쿄대를 정년 퇴임 할 때에 『동아시아 불교의 기초구조』라는 책을 냈습니다. 몇 년 후에는 그 기초구조 위에 건설되어 온 ‘동아시아불교’라는 성(城)의 중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 즉 여러분들에게 ‘동아시아불교란 무엇인가’를 납득해 줄 수 있는 일을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한국불교의 특징을 무엇인가?

“지금은 단지 포괄적으로 ‘한국불교에는 중국이나 일본의 불교와는 다른 독자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주변의 국가·지역과 무관계하게 형성된 것이 아니고, 동아시아 불교 전체의 다이나믹한 전개 속에서 주의 깊게 판별해 갈 필요가 있다’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무라 기요타가 교수는

1940년 쿠마모토현(熊本縣)에서 출생. 동경교육대학(현 筑波大學) 문학부 철학과 윤리학 졸업 후, 동경대학대학원에 진학, 1975년 박사학위 취득했다. 이후 미국 하와이대학 객원 조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1983년 동경대학 문학부 조교수, 1988년 동 대학교수로 취임한다. 2001년 동 대학 명예교수가 된다. 현재 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의 학장(學長)을 맡고 있다.

학회로의 활동으로서는 일본인도학불교학회(日本印度學仏敎學會)의 이사장을 맡는 것 외에 일본종교학회, 비교사상학회, 국제불교학회의 이사, 동방학회의 평의원 등, 동양학을 중심으로 한 폭넓은 학회로의 중책을 담당한다. 또 일본학술회의(日本學術會議)의 철학연구연락 위원회위원, 문부성의 학술심의회(學術審議會) 전문위원을 맡는 등, 일본의 학술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직무도 역임했다. 저서로는, 「초기중국화엄사상의 연구」(1977년), 「중국화엄사상사」(1992년), 「중국 불교사상사」(1979년), 「동아시아불교사상의 기초구조」(2001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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