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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이창경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아내의 권유로 절 함께 시작
감사수행 병행하며 활기 되찾아


요즘 나는 호흡의 위력에 빠져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 사이에 존재하는 호흡. 이 호흡을 최상의 방법으로 다스려 복잡 다양한 상황 속에 내던져진 나의 몸과 마음을 항상 밝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내가 수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접하게 된 것은 모두 아내의 덕분이다.

몇 년 전, 직장으로 집사람의 전화가 걸려왔다. 좀처럼 없는 일에 이유를 물었다. 아내의 대답은 지금 양평으로 가야겠다며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명령에 가까운 단호한 부탁.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똑 부러지고 명쾌한 문장이었다. 당시 투병 중이던 아내는 나에게 미안해서인지 부탁다운 부탁 한 번 못하거나 뒷말을 흐리는 것이 일상이라 당황되기도 했지만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는 쪽으로 내 마음이 움직였다.

젊은 시절 무엇인가 해보겠다며 이일저일 벌이다 모두 실패하고 어렵게 맘을 모아 시험을 보고 지금의 직장을 구하게 됐다. 그동안 벌여 놓은 일들을 정리하며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법적인 문제로 관청을 드나들었다. 자연히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님께 폐를 끼치게 되었고 가족들의 차가운 냉대로 나와 아내의 새 출발은 결코 환영받을 일이 아니었다.

모두 잊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 곳으로 발령지를 선택했다. 나 한사람 보고 비교적 일찍 시집온 아내에게 지난 시간들은 나보다 더 힘겨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내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나날이 몸이 수척해지고 큰 병이 아닌가 의심할 만큼 몸과 마음이 딴 사람으로 변해갔다. 아내 역시 스스로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정신과 치료를 자진해 받기 시작했다. 원래 덤덤한 성격인 나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5년이란 세월이 쉽진 않았지만 그렇게 무던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아내는 정말 많이 변해 있었고 처음으로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예전의 아내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고민해 보니 직장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스로 대견해 할 만큼 굳건했던 나도 어느새 무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군법당을 다니는 아들의 영향으로 불교를 만나게 됐다.

내 삶이 힘들어서 였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부처님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함께 인연을 맺은 군법당을 찾아 매일 예불을 모시고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뜻밖에 부처님의 가피가 이어졌다. 고향에서 가까운 근무지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찬 기억이다.

그러던 중 아내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우연히 청견 스님의 저서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을 본 아내가 법왕정사를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법왕정사와 인연을 맺고 스님을 직접 뵌 날부터 나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불교와 부처님을 만나게 됐다. 절과 감사라는 비법 아닌 비법은 나를 대긍정의 밝은 에너지로 넘치게 만들었고 스스로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가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쁜 일이 뒤따른다고 했던가. 연골파열과 인대파열로 나는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고 결국 번번이 몸 속을 파고드는 고통으로 절 수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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