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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스위스 로잔대 브롱코스트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부파-자이나교 검토로 초기불교 새 연구법 제시

7개 언어 능통…세심한 문헌 연구 특징
불교의 윤회-업 우빠니샤드 영향 부정


요즈음 초기불교에 관한 몇몇 논문들에서는 빨리 니까야에 나오는 단편적인 내용들을 근거로 초기불교 전체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서술하는 경향이 종종 눈에 띄고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 이러한 서술들은 초기불교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상좌부(Sthavira)의 지말부파에 불과한 테라바다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끝나 버리고 있다. 특히 빨리 주석서에 근거한 몇몇 니까야의 해석들은 붓다의 마지막 열반으로부터 거의 800여년이 지난 이후 스리랑카에서 확립된 지엽적인 견해를 대변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롱코스트는 이러한 빨리 니까야의 무비판적인 수용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것을 자신의 1985년 논문인 「다르마와 아비다르마」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다. 그는 초기불교에 관한 어떤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초기경전 만으로는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가능한 모든 초기 부파불교의 문헌들과 자이나로 대표되는 비불교적인 문헌들에 대한 검토를 통해 초기경전의 서술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빨리 니까야에는 다양한 비불교적 요소들과 후대 테라바다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언급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는 ‘자연주의적 접근법’으로 볼 수 있는 자신의 초기불교에 대한 연구방법론을 1998년 옥스퍼드에서 있었던 초기불교학 세미나에서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탐정수사와 같은 기법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유명한 추리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셜록 홈즈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할 때 모든 가능한 용의자들을 수사 명단에 올려놓고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하나씩 명단에서 제거하는 방법으로 사건의 진범에 서서히 접근한다.

초기경전에 혼재된 다양한 외적 요소들, 자이나로 대표되는 외도들의 견해, 우빠니샤드로 대표되는 브라만적 견해, 그리고 후대 테라바다에 의해 덧씌워진 견해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서만 초기불교의 순수한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물론 이러한 브롱코스트의 방법론은 대기설법이란 붓다의 독특한 대화법을 매개로 초기불교의 다양한 견해들을 브라만 사상 또는 자이나 등 외도들의 사상들과 대결구도 하에서 발전해온 것으로 보려는 곰브리치의 견해와 상충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브롱코스트는 자신의 자연주의적 방법론을 네덜란드 고등순수학문재단(Z.W.O.)의 지원을 받은 초기불교의 선정사상연구에 적용했으며, 1986년에 출판된 『고대인도의 두 가지 선정수행전통』을 통해 실천적으로 보여주면서 학계의 괄목할만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선정사상에 대한 고대인도의 자이나 불교 및 브라만 자료들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통해 불교의 초기경전에 나타난 선정에 대한 서술들에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해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이들의 상호영향관계를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쟁점이 되는 문제들을 대칭시켜 선명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의 고대인도 선정사상연구는 계속해서 『인도 고행주의의 두 가지 근원』에서 좀더 자세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인도 고행주의의 기원 및 고행주의에 관련된 철학적인 논의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브롱코스트는 이러한 책을 통해 인도철학의 맥락 하에서 여러 가지 종교적인 수행과 철학적인 대화들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명확하고 정제된 언어들로 표현해내었다는 점에서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아마도 브롱코스트의 합리적인 태도는 그 자신의 대학시절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그는 원래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한때 네덜란드의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60년대 후반 유럽대학의 복잡했던 시대상황 속에서 그는 인도의 뿌나(Poona)로 유학, 범어와 빨리어를 공부하면서 문법학 분야에 대한 논문으로 1979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계속해서 1980년에 라이덴 대학의 박사논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라이덴 대학의 케른(Kern) 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런던대학 SOAS의 범어 강사를 거쳐서 1987년 스위스의 로잔대학(Lausanne Univ.)의 범어학 인도학교수로 임용되게 된다. 1997년에는 파리의 고등연구원(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에서, 1999년에는 미국 켈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그리고 2000년에는 런던대학 SOAS에서 강의했다. 그의 강점은 역시 언어에 있는데 불어, 영어, 독어와 네덜란드어를 유창하게 해내며, 범어 빨리어 및 쁘라끄릿 문헌들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다. 1980년이래 발표된 114편의 논문들이 영어, 독어, 불어 네덜란드어 등으로 발행되는 세계 유수 저널들에 실려 있음을 통해 그의 국제적인 활동영역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의 논문들은 빠니니의 『아시따디햐이』를 중심으로 빠딴잘리와 바르뜨리하리의 견해를 중심으로 후대 미맘사적인 해석들을 포함하는 문법학적인 논문들과 초기불교의 여러 수행 및 교리들을 불교 외적인 문헌들 즉 자이나, 우빠니샤드, 상키야, 요가, 와이세시카 문헌들을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논문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후자에 속하는 최근 논문들에서 그는 한역 초기 경전들에서 나형외도(裸形外道)로 나타나는 아지비까의 진짜 모습을 불교와 자이나교 문헌들을 이용하여 되살려내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아지비까는 불교와 자이나교의 문헌들에서 육사외도의 하나로 숙명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소개되면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아지비까는 윤회와 행위(業)이론의 성립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과 인도 최초의 통일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의 2대 왕인 빈두사라왕이 아지비까의 신도였다는 점과 12~13세기까지 남인도에서 교단의 형태로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브롱코스트는 특히 최근 런던에서 있었던 제 14회 국제불교학회에서 불교의 윤회와 행위(業)이론이 우빠니샤드적인 전통에서 왔을 것이라는 기존의 견해에 대하여, 불교의 윤회와 행위(業)이론이 이직까지 바라문 전통이 인도 동부지역으로 전파되기 이전에 성립되었을 것이라는 점으로부터 사실상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는 갠지즈강 중하류 지역의 토착 문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인도적인 윤회와 행위(業)이론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초기불교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도 베다(Veda)와 우빠니샤드를 중심으로 하는 아리얀 기원설, 인더스 문명 기원설, 그리고 갠지즈강 중하류의 고행자 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토착 기원설 등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브롱코스트의 이번 논문이 복잡 난해한 이 문제에 대한 작은 시작일 뿐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오게 될 이 분야에 관한 그의 논문들이 기대된다.

동국대 황순일 교수


브롱코스트 교수는

1946년 네덜란드 출생.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을 졸업했다. 라이덴 대학에서 『빠니니 문법학의 이론적 측면』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왕립 네덜란드 학술원 회원으로 1987년 이래 스위스의 로잔대학(Lausanne Univ.)에서 범어학 인도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초기불교 및 자이나 사상과 여러 관련된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Theoretical Aspects of Panini’s Grammar』(1980), 『The Two Traditions of Meditation in Ancient India』(1986), 『The Two Sources of Ancient Indian Asceticism』(1993)이 있고 대표적인 논문으로 「Dharma and Abhidharma」 BSOAS (1985) 등이 있다.






“호교적-무비판적
연구태도 지양해야”


e-mail 인터뷰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불교와 관련해서는 윤회와 행위(業)이론의 기원에 대한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기원전 2세기경 빠딴잘리의 시대까지도 붓다의 활동지역이었던 갠지즈강 중하류 지역은 아리안의 땅에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붓다 당시에 몇몇 브라만들이 이 지역에 있었다 하더라도 왕권의 보호를 받는 지배적인 브라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불교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불교 및 자이나교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아야만 합니다.

△윤회와 행위(業)이론이 갠지즈강 중하류 지역에서 기원했다는 어떤 문헌적인 증거는 있는지요?
아리안의 문헌들에서는 우빠니샤드에 와야 구체적인 윤회와 행위(業)에 대한 언급들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빠니샤드에 선행하는 샤따빠타 브라흐마나에서 단편적으로 동쪽지역의 사람들이 스뚜빠를 쌓고 숭배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스뚜빠 숭배는 윤회와 행위(業)이론을 기반으로하는 불교 자이나교 아지비까의 공통된 장래풍습입니다.

△그렇지만 행위(業)이론이 윤리적인 측면과 결합된 것을 아직까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브리하드아란야까 우빠니샤드에는 ‘사람은 선한 행위를 통해 좋게 되고 악한 행위를 통해 나쁘게 된다’고 명확하게 윤리적 행위(業)이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이나 사상에서도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동일한 우빠니샤드에서 윤회이론이 그 이전까지 브라만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음을 끄샤뜨리야인 자이왈리왕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한국의 초기불교에 대한 연구가 나아갈 방향은?
한국에 1998년 무차선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었습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불교의 수행전통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다만 몇몇 학자들의 지나치게 호교적인 태도와 경전에 나타난 언급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아비다르마를 포함한 초기불교의 문헌들은 불교 내부의 다른 판본들과 자이나 및 우빠니샤드의 문헌들과의 검토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증되었을 때에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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