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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중국 북경대학 루우렬(樓宇烈)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중국 선종-근현대불교학의 세계적 권위자

위진 현학-선 논문 100여편 집필
방대한 중국불교 자료 집대성 추진


루우렬 선생은 국내외 중국철학 연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위진 시기 현학과 중국 근현대 철학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왕필집교석(王弼集校釋)』과 수많은 학술논문은 중국철학연구자들의 중요한 참고 서적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동시에 루우렬 선생의 연구는 중국철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1980년대부터 줄곧 중국불교 특히 선종과 근현대불교에 관련된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불교관을 세워 나갔다.

루우렬 선생은 1934년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에서 태어나 1955년 북경대 철학과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했다. 본래 1960년대부터 위진 현학과 중국 근현대철학에 심취했던 루 선생은 중국철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문제를 논하지 않으면 중국의 사상과 문학 그리고 예술의 문제를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불교에 대한 오해와 곡해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는데 크나큰 어려움을 가져온다고 믿어,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의 시기가 지난 뒤 불교 연구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큰 물결이 휩쓸고 간 뒤 루 선생은 우선 당시 전국의 사찰이나 교육기관에 흩어져 있는 불교 경전을 모아 간단하고도 명료한 자료집을 출간해 불교를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1970년 말부터 석준(石峻) 선생 등 5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중국불교사상자료선편(中國佛敎思想資料選編)』을 편찬하기 시작한다. 약 10여년의 시간을 들여 중화서국에서 출판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 자료집은 이후 중국 뿐 아니라 일본의 불교연구자들에게도 지침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루 선생 역시 이 과정에서 불교연구의 기본적 토대를 마련했다.

루우렬 선생의 학풍은 이처럼 그의 개인적 학문역정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즉 선생은 중국철학과 국학(國學)이라는 토대위에서 중국불교의 특색을 파악하며 양자가 서로 교섭하고 영향을 미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중시한다. 루 선생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80년대 이후에 불교연구를 시작했고 연구과정에서 나만의 관점을 가지게 되었죠. 현재 중국 역사와 문화 등의 90%이상이 불교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연구를 단지 종교라는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역사와 문화의 일부분으로 인식해야 하고, 불교 또한 단순히 역사속의 문화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적인 문화전통을 지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계와 종교계에서의 불교연구는 반드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계는 종교계의 신앙의 측면을 중시해야하고, 종교계 또한 학계에서 이루어진 연구 성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선생은 중국철학과 종교라는 두 가지 틀 속에서 중국 불교를 연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루 선생은 중국 선종과 근현대불교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 선종연구를 통해 교리의 연구와 실천수행을 동시에 강조하는 중국불교와 선종의 특색을 찾아나간다. 그는 선종의 중국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중국불교 또한 엄연히 불교라고 본다. 즉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된 이후 단지 강조점을 다르게 보는 변화가 생겼다고 여겨, 중국화(中國化) 되어버린 불교가 아닌 중국불교의 한 종파로서의 선종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루 선생은 선종의 가치를 현대 사회의 병폐의 치유에서도 찾고 있다.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아를 잃어가는 현상을 비판하며, 인간이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아가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갈 것을 주장하는데 이를 바로 선종의 이론 속에서 찾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사상속에서 유불도(儒佛道) 삼교의 관계는 서로 나눌 수 없는 특징을 가질 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영역이 있다고 보아 선종 또한 엄연히 불교 그 자체라는 인식을 가진다.

최근 루우렬 선생은 새로운 불교연구의 흐름에 매진하고 있다. 즉 선생은 최근 불교의 실천 방면의 연구와 불교의 현실사회에서의 작용 및 영향 등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그가 중국 근현대 철학 및 불교를 연구하는 과정 속에서 성립된 것이다. 그가 새롭게 정립하고자 한 불교의 흐름은 바로 인간불교(人間佛敎: ‘현실 생활 속에서 생활인의 불교’)이다.

‘인간불교’는 20세기 이래로 중국불교의 중요한 사조이자 실천방향으로, 중국 근대의 고승인 태허(太虛)대사가 제시한 것이다. 이 사조는 현재까지도 중국과 대만, 홍콩 뿐 아니라 세계 화교불교계의 수많은 승려 및 불교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루 선생은 불교는 출가한 승려만의 신앙일 뿐 아니라 속세의 신도들 또한 그 믿음의 체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입장을 지닌다. 동시에 불교는 반드시 세속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교리를 세속과 밀접히 연관시키고 세속생활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불교의 근본 교리는 출세의 마음을 지니면서도 지혜롭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세상에 들어가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출세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에 들어가 세상일을 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루우렬 선생은 80년대 후반 교환교수 자격으로 일본에 체류할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한 뒤 지금은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다루면서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루 선생은 칠순을 넘긴 노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인터넷의 정보를 살피고 메일을 열어보고 자료를 수집할 뿐 아니라 MP3와 DVD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정보 수집과 정리에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을 지니고 있다. 선생은 사회와 일반 대중에게 불교의 교의와 이론 및 실천의 문제 등에 많은 오해와 곡해를 지니고 있다고 인식하고, 앞으로 불교문화와 기본 교의 및 근본정신을 교육을 통해 보급하고자 한다. 실제로 그는 중국 불교와 철학에 관련된 많은 가치 있는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 불교 경전의 원문을 CD로 제작하여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자하는 계획 또한 지니고 있다.

현재 북경대 철학과와 국학원에서 불교 원전강독과 강의를 통해 중국불교와 철학을 전공하는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루우렬 선생은, 이미 자료 수집을 끝냈으나 아직 완결 짓지 못한 『중국불교사상자료선편(中國佛敎思想資料選編)』의 편집에 힘을 쓰고 있는 등, 현대 중국대륙에서의 불교 연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이진용(연세대 강사)



루우렬(樓宇烈) 교수는

1934년 중국 항주에서 태어나 대학시절 이후 지금까지 줄곧 북경에서 생활했다. 1955년 상해 포광(浦光) 중학을 졸업한 뒤 같은 해 북경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여 중국철학을 전공했고, 1980년부터 지금까지 북경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북경대학교 철학과 종교연구소 소장, 전국 종교학회 이사 및 부회장 등 수많은 직책을 역임하였다.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위진 현학과 중국근현대 철학 등을 연구 및 강의하였고, 80년대에 들어서 중국불교를 연구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박사생 지도교수로 불교 경전 강독 및 선종과 근현대 불교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왕필집교석(王弼集校釋)』(중화서국, 1980), 『중국불교사상자료선편(中國佛敎思想資料選編)』(중화서국) 등 16편 (공저 포함)이 있으며, 이외에도 위진 현학 중국 근현대 철학과 선종 등 불교에 관련된 100편이 넘는 논문이 있다.



“현대사회문제 대안은 禪”

e-mail 인터뷰

△ 중국전통사상과 불교의 관계문제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저는 본래 중국철학 연구를 업으로 했습니다.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주로 중국철학을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불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죠. 즉 중국철학과 국학(國學:전체 중국 전통문화를 가리킴)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중국문화와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80년대부터 불교를 강의하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특히 중국 선종과 중국 근현대불교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뒤에 중국의 전통문화와 철학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중국문화와 철학 속에서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불교는 중국철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동시에 불교는 중국본래의 문화와 철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 선생님은 80년대부터 중국불교를 연구하셨는데 현재 불교를 연구하시는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은 무엇인지요?

최근에도 여전히 선종과 중국 근현대불교를 연구하지만, 불교의 실천방면과 현실사회에서의 작용 및 영향 등의 문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죠. 현재 중국, 대만과 홍콩 등의 불교계가 다루는 가장 중요한 이론과 실천의 문제는 어떻게 인간불교(人間佛敎: ‘현실 생활 속에서 생활인의 불교’)의 체계를 온전히 세워나가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 관련된 몇 편의 글을 발표하면서 인간불교에 접근해 가고 있죠.

현재 중국사회의 불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어요. 불교의 사찰과 신도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불교의 사회영향력 또한 점점 더 커져가는 추세죠. 그에 비해 일반 대중과 신도들은 불교의 교의와 이론, 그리고 실천의 문제 등을 그다지 이해하려 하지 않아 많은 오해와 곡해를 낳고 있죠. 따라서 앞으로는 불교의 문화 기본교의와 근본정신 등을 대중에서 보급하고 교육하려는 계획 또한 갖고 있습니다.


△ 불교가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인류가 자연계를 더욱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인식하게 되었죠.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변화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켰는데, 생태환경의 파괴나 환경오염 등을 그 실례로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인류 자신이 물질 방면에서는 더 여유로워 졌지만, 정신생활에서는 오히려 공허하게 되어 결국 자아를 잃어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불교는 바로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답을 내려줄 수 있다고 봅니다. 외부의 물질적 욕구에 얽매인 사람들은 불교교의를 통해 항상 깨어있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종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래모습을 올바로 인식하도록 요구하여, 자신을 잃고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본래의 자아를 찾게끔 도와줍니다. 또한 불교의 자비정신은 세계의 평화를 추구하고 인류가 평등하게 번영·발전하게끔 할 수 있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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