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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 석탑 미륵사지 보다 후대 건립”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6.02.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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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博 이병호 씨, ‘미술자료’ 논문서 주장
출토품 분석 통해 석탑이전 목탑 증거 확인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무왕대 후반에서 의장왕대 전반에 건립된 것으로 현재 석탑이 있는 자리에 목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익산 미륵사지석탑보다는 다소 늦은 시기 건립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부여박물관 이병호 학예 연구사은 최근 「미술자료」(72·73호)에 기고한 「부여 정림사지 출토 소조상의 제작기법과 봉안 장소」라는 논문을 통해 “정림사지 출토 소조상들은 현존하는 5층 석탑 이전에 존재했던 목탑의 내부를 장식하던 탑내소상(塔內塑像)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논문에서 “지난 1979년 발굴조사로 출토된 소조상 100여점의 크기와 형태를 분석한 결과, 이는 중국 뤄양(洛陽) 영녕사나 일본 호류지 5층 목탑의 탑내소상과 유사한 점이 발견되며 백제 사비시기 목탑 관련 유적들과 비교·분석한 결과 정림사지 출토품들도 목탑 내부에 안치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이 씨에 따르면 목탑 내부에 소조상을 안치하는 방식은 5세기 중엽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후 신라와 일본에서도 이를 수용했다는 기록이 확인되고 있으며 부여 능산리사지, 구아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 제석사지 폐기장 등 백제 사비시기 목탑 관련 유적들에서 입증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씨는 “정림사지 석탑 이전에 목탑이 존재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중국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멸망시킨 뒤 석탑에 새겨 넣은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을 볼 때 석탑의 건립 시기는 미륵사지 석탑보다 다소 늦은 무왕대 후반, 또는 의자왕대 전반으로 추정 된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특히 정림사지에서 출토된 ‘단판연화문(單瓣蓮花文) 수막새’를 보면 7세기 전반에서 중엽의 어느 시기에 정림사지에 큰 변화가 있었고, 이 때 목탑 대신 석탑이 건립됐을 것으로 판단돼 석탑 건립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씨의 이번 논문은 지난 1979년 충남대 박물관이 발굴조사를 실시한 이후 계속돼 온 ‘백제석탑 선후 논쟁’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즉 양식적인 검토를 통해 미륵사지 석탑이 먼저냐, 정림사지 석탑이 먼저냐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기존 학계에 정림사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소조상들의 분석을 통해 정림사지 석탑 이전에 목탑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병호 씨의 주장은 논쟁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실제 학계에서는 고유섭, 황수영 등의 학자가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목탑을 변형한 한국 석탑의 시원(始原)적인 양식”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발굴조사를 담당했던 충남대 윤무병 교수는 “발굴조사 결과 가람배치 및 출토유물을 통해 정림사지 석탑은 정림사 창건 당시 건립됐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김정기 씨는 “정림사지 석탑 기단부 하부에서 석탑 이전에 목탑이 있었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판축토층(版築土層)의 존재가 발견돼 미륵사지 석탑의 건립시기가 앞선다”고 주장했고, 동국대 문명대 교수는 “미륵사지 석탑이 정림사지 석탑보다 발전된 양식을 갖고 있어, 정림사지 석탑의 건립시기가 다소 앞선다”고 반박하면서 논쟁을 이어왔다.

이병호 씨는 “그 동안 논쟁의 초점이 발굴 출토품에 대한 검보다는 양식적인 측면에만 맞춰져 있었다”며 “향후 발굴 출토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백제 석탑 선후 관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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