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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마음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에 정해진 주체는 없어
자기가 지은 업만큼 세상 생각


불교가 마음의 종교라는 것을 다 안다. 마음이 무엇인가? 『능엄경』에서 부처님이 아난존자의 물음에 대하여 마음을 가르치신다. 마음은 사유의 정체를 갖고 있지 않아서 몸 안에도 바깥에도 안팎의 중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무체(無體)로서 다만 ‘알 수 있는 능력’이라고 언명하신다. 보통 마음의 능력은 그 능력을 행사하는 주체를 상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생각의 능력을 지닌 주체로서의 정신이란 없다.

이것이 불교의 마음이다. 생각의 인식은 있는데, 그 인식을 행사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의 마음은 서양신학에서 말하는 영혼과 같은 정신적인 실체가 존재해서 육체의 죽음을 초월하는 불변의 존재자와 같은 것이 아니다. 불교의 유심사상은 서양신학의 유심사상과 다르다. 『능엄경』의 구절처럼 ‘제법의 나타남은 오직 마음의 나타남’(諸法所現 唯心所現)이고,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만법이 오직 마음의 인식’(三界唯心 萬法唯識)이고, 일체 만법은 거울 가운데 상이 나타나듯이 마음이 나타내는 바‘(一切萬法 唯心所現 如鏡中像)과 같다.

신학적 영혼에는 순수의식이라는 정신적인 실체가 독자적으로 사유한다. 그러나 마음은 의식적 실체가 아니고, 무의식적 차원이다. 마음에는 정해진 주체가 없지만, 여러 가지 차원들이 있다.

인간은 물을 물로서, 아귀는 물을 피고름으로, 물고기는 물을 자기 집으로, 천상의 존재는 물을 찬란한 보석으로 생각한다. 다 각자의 차원대로 세상을 본다. 그 다양한 차원은 각자가 지은 업력에 의하여 결정된다. 마음은 자기의 업만큼 세상을 생각한다. 그 업은 전생이나 금생의 마음이 지은 기(氣)의 습관으로서의 습기(習氣)다. 그 습기는 욕망에서 생긴다. 왜냐하면 욕망은 바깥 경계와 관계를 짓는 관심인데, 그 관심의 호오가 기호를 낳아서 습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타자지향이다.

이 타자지향의 욕망이 무수한 관념을 낳는다. 마음은 18세기 영국 철학자 흄의 지적처럼 무수한 관념의 다발로 엮어져 있다. 마음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차원인 업의 욕망으로 표현되며, 그 업의 인식이 세상의 경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바깥의 경계가 다시 마음의 무의식인 아뢰야식에 업식의 기질과 기운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무의식적 마음의 욕망과 바깥 경계의 업식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돌고 돈다.

이렇게 보면 마음은 무의식의 욕망과 바깥 경계의 사이에 오가는 관계와 같다. 그 관계에 온갖 편견과 오만과 지식과 선악과 호오가 함께 혼융되어 있다.

이것이 중생으로서의 인간의 관념이다. 이것이 마음이다. 그렇다면 마음은 결정적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결정적이기에 도덕의식이 마음의 무의식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 결정적인 것이 아니기에 수행과 참회가 의식적 마음의 관념들을 일시에 태운다.

이것들은 실상이 아니고 환상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환상인 찌꺼기들을 태우면, 거기에 깨끗한 마음이 세상을 해맑은 거울처럼 여여하게 비춘다. 중생과 부처는 다 마음인데, 마음의 차원인 사고방식이 다를 뿐이다. 마음은 무의식적 사고방식이지, 의식적 정신이 아니다. 모든 기호가 사라진 사고방식이 부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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