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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를 생각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박 승 원
전 불교포럼 대표

중국의 기업이나 상점을 방문하다 보면 종종 한 편에 관세음보살상이나 탱화가 모셔져 있음을 보게 되는데, 내심 반가움에 그 이유를 물어 보면 한결 같이 돈을 잘 벌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답변에 실소하게 된다. 게다가 그 안에 ‘發財**’등의 문구가 쓰여 있어 그들에게 있어서 불교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인의 돈에 대한 가치관은 자본주의에서의 그것보다도 훨씬 절대적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체제이긴 하지만 평소 공산주의의 이념과 사상을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우리가 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공산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키워드인 ‘(관계)’의 핵심 또한 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큰 문명의 축의 하나인 중화사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즉 그 저변을 지탱하고 있던 유,불,선이 사라진 후 사상의 진공상태에서 빨려들어 온 유물론식의 천박한 돈의 논리가 거대한 대륙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화혁명이후 이 천 년간 통치이념으로서 또는 개인의 의식과 행위규범으로써 절대가치이던 유교가 사라지고, 공맹을 논하는 것도 교과서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유교의 핵심이 인의예지(仁義禮智)이지만, 그들은 오히려 삼강오륜 등을 낯설게 여기며, 성개방풍조는 서양과도 다르지 않다. 부모가 돌아가셔도 제사조차 지내지 않고, 젊은이가 어른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법도 없으며, 가부장적 권위도 완전히 사라져 가사를 돌보는 것도 대부분 남자의 몫이고 보면, 유교의 종주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아직 권력에 의한 인권탄압이나 부정부패 등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사생활영역에 있어서는 상당한 평등사회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중화사상의 근간을 유지하고자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이미 박제화된 유교적 전통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고 보니, 자연히 불교를 공통분모로 하여 사회적 통합과 문화적 성숙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자존심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사상적 빈곤과 문화적 지체를 치유할 대안을 불교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빈부격차로 인해 각 계층간, 지역간 그리고 민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장차 ‘하나의 중국’을 위협할 중대한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월 항저우에서 세계불교포럼을 개최한데 이어, 베이징에 대규모 불교대학을 세우고, 문화혁명기간 중 파괴된 불상을 복원하는 등 불교부흥을 위한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복구뿐만 아니라 선가의 전통과 법맥을 잇는 등 소프트웨어를 완비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세월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중국의 불교인구는 약 3억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13,000개의 사찰과 20여만의 승려가 있는, 명목상으로는 세계최대의 불교국가이다. 그러나 불교의 근본사상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들은 대륙 곳곳에 산재한 수많은 사찰과 석굴 등 불교유물을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관광객이 던지고 가는 동전에 더 관심을 갖는 수준이다.
어쨌든 중국이 진공상태에 있는 중화사상의 근간을 회복하고, 경제성장과정에서 불거진 사회갈등을 치료하기 위해 불교진흥을 꾀하고 있는 것은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서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용해되고 걸러진 형태의 불교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였지만, 이제 다시 중국불교의 원형을 복원하는 데 기여해야 할 시점이다. 한중수교 이후 인적 물적 교류는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절된 시간적 공백으로 인한 문화적 괴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불교와 같은 소중한 공유자산을 통해 이를 극복함을 물론 나아가 지속가능한 협력관계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이상적인 한중관계의 정립을 위해 우리 불교가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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