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선법회 ②

기자명 법보신문

일체는 조건에 의해 형성된 허구들
주인공 실체 인정은 神 따르는 외도

경전에 나오는 여래장이나 불성 또는 진여와 같은 용어를 참나나 주인공으로 대신 표현한 것이 아닌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전에 나오는 여래장, 불성, 진여는 중생들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또 다른 어떤 특별한 속성을 지닌 마음이 아닙니다. 흔히들 불성을 찾으라느니, 참나를 믿으라느니, 주인공을 믿으라느니 하는 말들을 하면서 불교가 마치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절대자리를 인정하고 이를 깨닫는 가르침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정법에 의할 것 같으면 밖에 존재하는 대상세계가 되었건, 자신의 몸이 되었건, 자신의 마음이 되었건 일체는 갖가지 조건에 의해서 형성되어진 허구들입니다. 즉, 무엇하나도 진실한 것이 없고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특히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요소들로서의 오온은 모두 허깨비와 같기 때문에 구할 것이 없고 얻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오온을 제외하고 또 다른 특별한 마음이 중생들에게 존재하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중생들의 몸과 마음은 총체적으로 색수상행식이라고 하는 오온 속에 내포됩니다. 그러므로 오온 안에 따로 불성이나 진아, 주인공 같은 어떤 실체화되고 대상화된(마음속에 또 다른 마음이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이는 마음 안에 또 다른 대상을 만든 것이다) 것을 인정하는 것은 신을 인정하는 외도들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전에 나오는 여래장이나 불성은 무엇인가 하면 중생들의 번뇌와 망상 속에 고이 감추어져 있는 보석처럼 빛나는 특별한 성질의 또 다른 마음이 아니라 중생들이 일으키는 번뇌망상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성질을 말합니다. 이 때 중생들의 번뇌망상은 그 성질이 실로 있는 것 같지만 연기로서 일어난 거짓된 존재이므로 ‘번뇌망상’이 번뇌망상이 아니라 본래는 깨달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성·여래장은 중생마음의 또 다른 속성을 부처님의 깨달으신 안목에서 바라보시고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술 취한 어떤 한 사람 속에 따로 술 깬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술 취한 사람 그대로가 술 마시기 이전의 사람임을 알듯이 중생의 번뇌를 번뇌 측면에서만 보지 않고 번뇌의 실체 없음 차원에서 바라본 것이 ‘일체중생실유불성’이며 여래장 사상입니다.

그러므로 불성·여래장은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할 부처의 마음이 아니라, 마음을 깨달아서 이루어야 할 부처의 마음인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열반경에서 불성은 안도 아니요, 중간도 아니며 밖도 아니라고 하셨고, 유무가 아니므로 얻을 수가 없다고 설파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서 똑같은 법을 이런 측면에서도 말씀하시고 저런 측면에서도 말씀하십니다. 중생들이 일으킨 번뇌망상에 대해서도 번뇌망상은 더럽고 허망하고 괴롭다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번뇌망상이 본래 번뇌망상이 아니므로 청정하고 진실하고 즐거운 존재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앞에 것을 중생의 현실을 부정적 측면에서 본 것이라면, 뒤에 것은 중생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중생도 미혹으로 보면 중생이지만 깨달음으로 보면 부처입니다.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 ‘여래장이 있다’는 것은 중생들의 번뇌와 고통을 실로 있음으로 보지 않고 연기적 관점과 공의 관점에서 바라본 실상을 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불성과 여래장을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가. 번뇌망상을 바로 보고 바로 관찰하면 번뇌망상 그대로가 불성이며 여래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어나고 꺼지는 여러분의 마음이 연기로 일어난 가상의 존재임을 보게 되면 바로 불성을 보는 것이며 여래장을 보는 것입니다.

공연히 보아야 될 것은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 안에서 또 다른 것을 찾는다면 길이 마군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유마선원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