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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③

기자명 법보신문

생멸은 연기로 발생된 거짓임을 알아
마음이 우주 주인인양 찾아서는 안돼

우리가 해탈을 하기 위해서 불생불멸, 즉 나고 죽음이 없는 마음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나고 죽음이 없는 마음자리가 과연 있는지요.

일전에 ‘수행을 한다’며 어떤 분이 찾아왔기에 ‘불자님은 무엇을 목적으로 수행을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앞에 있는 물 컵을 들어 앞으로 내밀며 ‘바로 이놈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놈이 어떤 놈이냐’고 물으니까,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육신을 끌고 다니는 바로 이놈입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놈을 왜 찾으려 합니까’하고 물으니, ‘이놈은 하늘과 땅 이전에도 있었고, 하늘과 땅 이후에도 있습니다. 이놈은 불생불멸하여 우주에 꽉차있습니다. 바로 이 한 놈만 깨달으면 바로 부처가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하더군요.

이 대답에 다시 ‘뭐 그렇게 어렵게 대답하지 않아도 마음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그러니까 불자님은 마음을 찾으러 다닌다는 말씀이고요. 그런데 불자님 현재의 몸과 마음을 떠나서 불생불멸하는 마음이 따로 있습니까’ 했더니, ‘그렇습니다. 몸뚱이는 무상해서 나고 죽음이 있지만 이 한 물건인 마음자리는 본래 불생불멸이라 변함이 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분에게 ‘불자님의 견해는 수행자로써 바른 것이 아니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배워서 행해야 될 바가 무엇인가를 먼저 아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하고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비단 이 불자님뿐만 아니라 수행의 길을 가는 불자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견해 중 한 부분에 속합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수행풍토 속에는 마음을 절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은 우주의 주인이라느니, 혹은 마음은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느니, 마음은 우주 자체라느니 하여 마음을 창조주처럼 여기고 세상의 근원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번뇌와 미혹을 깨뜨리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찾는 것으로써 수행의 목적을 삼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마음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불생불멸의 법칙이 있다면 마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몸뚱이에도 적용되고 세상 만물에도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불자들이 가까이에서 항상 접하는 경전인 반야심경만 보아도 제법이 불생불멸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제법은 물질의 법, 마음의 법, 유위의 법, 무위의 법 모두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들이 한결같이 불생불멸하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몸과 마음 이외에 찾아야 될 특별한 불생불멸한 놈이 있겠습니까. 모든 법이 나고 죽는다면 마음 또한 나고 죽음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고, 모든 법이 나고 죽음이 없다면 마음 또한 나고 죽음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어째서 하나만을 택해서 찾으려고 하고 보려고 하는지 한 번 돌이켜 봐야 하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생멸하는 몸과 마음을 떠나서 생멸하지 않는 몸과 마음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절대 없습니다. 한 법에 두 가지 법칙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생멸은 무엇이고 불생불멸은 무엇인가. 결론을 말하면 생멸의 모습이 곧 불생불멸이라는 사실입니다. 나고 죽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멸현상이 실제의 모습이 아닌 연기로서 발생된 거짓이라는 이치를 바로 깨달으면 생멸 그대로가 불생불멸이므로 몸과 마음과 세계가 평등해져서 찾아야 할 근원으로서의 마음을 따로 세워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된 견해를 바로 고치지 않으면 미진 겁을 닦는다 해도 헛수고만 더할 뿐입니다. 마음 또한 인연에 의해서 조작된 허구임을 깨달아야지,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이전의 소식이 따로 있는 줄 알려 하거나,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 마음을 마치 우주의 주인으로 알고 찾으려 하고 붙잡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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