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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환상서 깨어나야 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조병갑

칼럼니스트

세상은 항상 시끄러운 말세였다. 인간은 어떠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존재인 것이며 그 이기심이 모든 분쟁과 싸움의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하여 모든 종교는 그 이기심을 사랑과 자비와 용서의 이타심으로 바꾸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종교적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파악된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고전이라 할 국부론(1776)을 저술한 아담 스미스(1727-1790)였다. 아담 스미스는 그 이기심을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의 동인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인간의 이기심이 없으면 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파악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 속성의 배면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측은지심의 도덕감정이 있음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기심과 도덕심의 조화로 사회는 정의롭게 발전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갈파한 경제활동의 이기심과 사회조화의 도덕심은 그 후 산업혁명(1760-1860)을 거쳐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원리가 되었고 동시에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근대적 수정자본주의나 현대 복지국가의 생태적 배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수정자본주의나 복지국가가 태동하기 전에, 칼 맑스(1818-1883)가 1848년에 그의 말처럼 유령과 같은 “공산당 선언”을 엥겔스와 함께 발표하고, 1867년에 “자본론”으로 그 이론적 배경을 설정함으로써 세상은 새로운 메시지를 얻은 것처럼 희망에 불타올랐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극심하게 노출하기 시작하던 때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 받는 그들의 메시지는 분명 구원의 함성임에 틀림 없었다. 그러나 맑스주의는 백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무모한 이념으로 죽이고 세상을 두 쪽으로 갈라 냉전을 계속하더니 급기야 경제파탄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다. 최고 통치권자가 유일하게 노동복을 입은 북한과 군복을 입은 쿠바만이 간신이 살아남아 생의 한계까지 그들 인민을 끌어가고 있을 뿐이다. 다만 흑묘백묘론의 등소평 이후 재빨리 모택동 제복을 벗어던진 중국만이 자본주의 대열에 화려하게 끼어들 수 있었지만, 주는 먹이에 길들여졌던 동구는 아직도 인민들이 먹이 찾기에 익숙하지 못한 실상에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와 현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맑스주의의 패인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을 든다면, 그것은 성현들이 교화하고자 했던, 그리고 스미스가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던 “이기심”의 인간속성을 무시한 결과였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받는 그리고 모든 재산의 공유제는 지상선의 캐치프레이즈로 환상적임이 분명했으나 인간의 노동 욕구를 저하시켜 잘사는 평등이 아니라 빈곤의 평등으로 세상을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인들이 열광하고 정의로운 청년들이 그들의 생명을 바쳐 이룩하고자 한 나라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이상에 불과했고, 그러한 실험은 이미 영국의 로버트 오웬에 의해 실패로 끝났었다. 장 폴 사르뜨르는 일찍이 “젊어서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바보다. 그러나 나이 먹어서도 공산주의자면 그 역시 바보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미 맑스주의는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사회상을 보면 아직도 한국에는 맑스적 환상에 사로잡힌 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가진자의 도덕은 무시한 채 이기심만을 증오하고 분노한 무리들이 오늘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맑스적 환상주의자들로부터, 원한과 분노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자들로부터 나라를 찾아와야 한다. 우리는 자비와 사랑이 넘치고 인간의 정의와 도덕의 본질을 믿고 신뢰하는 사회를 건설해 가야 한다. 분노와 증오와 폭력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정치는 다분히 아집과 독선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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