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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긍정과 이중 부정의 道 중

기자명 법보신문

양자 대립적 사유 택일적 투쟁 초래
자연성은 소유 위한 택일·투쟁 없어

원효의 철학사상은 인간의 사회생활이 늘 양자택일(either-or)의 법으로 지배되어 온 것을 다시 이중부정(ne ither-nor)과 이중긍정(both-and)의 도로서 회향시킬 것을 희망하는 사유라고 지난번에 언급되었다. 이중부정은 초탈적 사유로서 무애의 자유를 상징하고, 이중긍정은 포괄적 사유로서 차이의 평등을 말한다는 것을 우리가 보았다.

 이중부정이 없는 이중긍정은 택일법을 피하게 하는 대신에 다시 양자 대립론으로 빠지게 되고, 이중긍정이 없는 이중부정은 허무론의 함정에로 미끄러진다. 택일법과 양자 대립론은 결국 같은 의미로 낙찰된다. 양자 대립적 사유는 반드시 택일적 투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불법은 세상을 초탈한 자유의 무애한 입장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여여하게 차이 속에서 평등하게 긍정하는 포괄의 법이라고 말해도 괜찮겠다. 불법은 초탈적 공(空)과 포괄적 색(色)의 두 계기가 우주의 천을 짜고 있는 법이라고 읽어도 무방하겠다.
 
이중긍정적 색은 이중부정적 공으로 초탈되기 때문에, 모든 색은 자가성(自家性)이 없는 의타기적인 타자의 작용으로 생긴 반작용적인 흔적의 환영(幻影)에 불과한 셈이다. 그리고 이중부정적 공은 이중긍정적 색으로 자신을 보시하기 때문에, 공은 허무의 심연이 아니고 결코 고갈되지 않는 무한 에너지의 원천으로 이해된다.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생불멸의 태허(太虛)라는 말과 다르지 않겠다.

여기서 포괄의 색적 의미를 양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 적립한다는 축적의 의미로 읽어서는 안된다.

양화(量化)의 합계는 소유론적 개념이다. 색의 포괄은 양적 합계로서의 소유적인 무한대가 아니고 공으로 해체되어 버리니, 색의 포괄은 바다의 수많은 파도가 일파만파로 연계작용을 일으키지만 다 바다로 은적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하겠다. 색은 바다가 파도를 스스로 생기시키고 소멸시키는 현상과 같은 의미로 읽혀져야 하겠다. 바다와 파도는 공과 색의 비유인데, 그 비유에는 자연의 생멸법(색)의 흔적과 그 흔적 속에 이미 깃들어 있는 진여법(공)이 일심이문(一心二門)으로 엮어져 있음을 말한다. 불법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하는 자연의 로고스(Logos)인 자연성(Physis)과 유사한 의미를 띤다 하겠다.

이 자연성에는 소유론을 위한 조그마한 여지도 없다. 자연의 자연성에는 인간이 판단해서 이것을 취하고 저것은 버려야 한다는 택일이나, 또는 서로 양자대립의 변증법적인 투쟁도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에서 상생은 취하고 상극은 버려질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상생과 상극은 다 자연의 존재방식이 의타기적인 작용과 반작용에 의한 왕래임을 알려주는 동시성의 흔적과 같다 하겠다. 원효의 철학사상은 양자택일이나 양자투쟁의 관계로 점철된 소유론적인 생멸문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예나 이제나 무의식적 업으로 중생이 무명 속에 영위해 온 것을 성찰하게 하는데 있다.

그래서 인간의 소유론적 사회생활을 자연의 자연성처럼 존재론적 사회생활에로 전향시키도록 하는 대승사상을 원효가 말하고 있다. 대승사상은 사회생활을 하는 마음의 업을 바꾸는데 있다. 그 길만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고 원효는 가르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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