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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⑦

기자명 법보신문

생각 없어지고 분별 끊긴 상태에 도취
망령된 識의 자리를 깨달음으로 착각

수행인들이 무심이나 무념의 경지를 말합니다. 무심과 무념의 상태는 무엇이며 이 상태를 깨달음의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까.

불교 속에서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무심이나 무념입니다. 무심·무념의 경지가 어느 상태를 두고 말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글자대로라면 마음이 없는 경지, 혹은 생각이 없는 경지라고 해야겠지요.

그렇다면 마음이나 생각이 없는 경지는 꿈 없이 잠자는 상태나 혹은 목석처럼 아무 분별이 없는 경지라는 말인데, 과연 그 경지를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본래 무심 무념이라는 용어는 교리적인 용어라기보다는 중국의 선가에서 사용해왔던 용어입니다. 대표적인 어록으로 육조단경을 들 수 있으며, 여기서 혜능 스님은 무념을 강조하셨습니다. 즉, 무념을 궁극적 깨달음의 경지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의 무념은 생각이 없는 경지가 아니라 망념이 없는 경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즉, 마음 가운데 망령됨이 사라진 것으로 여기서의 망령됨이란 번뇌와 미혹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육조 혜능 스님이 말하는 무념은 번뇌와 미혹이 없는 마음으로,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마음이 없어진 상태라거나 생각이 없는 상태가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번뇌와 미혹이 다 끊어진 경지를 열반으로 보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불조의 뜻이 같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수행자들은 무심이나 무념의 경지를 한 생각이 사라진 자리, 한 생각이 끊어진 자리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행하는 도중에 모든 분별이 다 떨어져 나가 무엇 하나도 달라붙지 않는 마음자리를 무심과 무념의 경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상태를 지혜의 차원이나 깨달음의 차원으로 볼 수 있느냐 하면, 절대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각과 분별이 끊어진 경지하고 미혹과 번뇌가 다한 경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교학적 입장에서 볼 때 마음이란 놈의 정체는 그 어떤 마음도 믿거나 인정할 것이 못됩니다. 왜냐하면 계속 되풀이하는 주장이지만 조건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식(識)’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셨는데, 식은 눈·귀·코 등의 감각 능력과 형상·소리·냄새 등의 감각 대상을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무아이며 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의 식은 느낌과 생각과 분별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감각기관인 근과 감각대상인 경과 이를 조건으로 인해서 일어난 식이 합해져서 감촉이 생기고 여기에 이어 느낌과 생각과 의도 등이 발생한다고 설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식은 당연히 청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결을 시킨다면 식은 위에서 말한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자리의 마음, 혹은 분별이 끊어진 마음상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설명에 대해 어떤 사람은 ‘그럼 그 식이 곧 깨달음의 경지가 아니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이는 질문이 잘못된 것입니다. 연기된 모든 것은 무아이며 공한 존재로 존재하는 듯하지만 허상입니다. 아무리 청정한 식이라 할지라도 허깨비는 허깨비일 뿐입니다. 이 까닭에 한 생각 일기 전이나 분별이 모두 끊어진 상태를 깨달음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수행자가 염불을 많이 하거나 화두를 집중적으로 챙기거나 좌선을 계속적으로 하다보면 이와 같이 생각이 없어지고 분별이 끊어진 상태를 경험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어떤 사람은 여기에 도취되어 자신의 망령된 식의 자리를 깨달음이라고 착각하여 한 생각 이전자리를 보라느니, 혹은 분별이 달라붙지 않는 자리를 얻으라느니 하면서 자신과 남을 미혹에 빠지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무심과 무념은 혜능 스님의 말처럼 스스로가 마음에 대해 미혹됨이 없는 경지를 뜻하는 말이고, 교학적으로는 마음과 생각의 본성이 무아이며 공임을 깨닫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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