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선법회 ⑧

기자명 법보신문

유위의 실체·성품이 따로 있는게 아니니
유위·무위를 갈라놓고 행을 지으면 안돼

수행에 있어서 유위행을 버리고 무위행을 닦으라고 합니다. 유위행과 무위행은 무엇이며 무위행은 어떻게 닦아나가야 합니까.

유위행이 무엇이고 무위행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유위와 무위에 대한 의미부터 알아야 합니다. 유위와 무위는 서로 대립되는 용어입니다. 유위란 중생들이 무지와 번뇌로서 일으키는 행위이고, 무위란 불보살이 깨달음의 경지에서 일으키는 행입니다.

따라서 유위행을 버리고 무위행을 닦으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중생의 무지와 번뇌를 제거하는 수행을 쌓아 나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유위행과 무위행에 대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초기불교의 입장에서는 이미 말한 대로 중생들이 무지와 번뇌를 제거하기 위하여 쌓아가는 갖가지 수행을 무위행이라고 가르칩니다. 가령 삼매를 닦기 위해 염불을 한다거나 선정에 든다거나 호흡을 관찰하는 등의 갖가지 수행을 하는 것을 무위행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비해 대승불교에서는 마음으로 조작해서 일으키는 모든 행을 유위행으로 본다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즉, 번뇌망상 만이 아니라 번뇌망상을 제거하기 위해서 일으키는 모든 인위적인 수행과 그 경지까지도 모두 유위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위행을 가지고서는 결코 무위행에 다다를 수 없다고까지 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각경의 예만 들어도 무언가 방편을 지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한다면 방편 자체가 유위가 되므로 무위를 얻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경에서는 유위의 대표적 행으로 작·지·임·멸을 듭니다. 여기서 작이란 마음으로 어떤 방편을 짓는 행을 뜻하고, 지는 마음을 그치려하는 행을 뜻하며, 임은 마음을 어디에 맡기려는 행을 뜻합니다. 그리고 멸은 마음을 아주 없애려는 행을 뜻합니다.

이 네 가지를 자세히 보면 마음으로 어떤 행을 지어서 수행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중국 선종에서는 이 무위행이 강조되어 방편을 지어서 수행하려고 하기 보다는 수행 과정 없이 곧바로 깨달을 것을 가르쳤습니다. 이른바 무작방편이니, 일언지하 돈망생사니 하여 스승이 알려준 한마디 말에 순간적으로 깨닫는 방법 아닌 방법을 써왔습니다.

요즘 어느 단체에서 이 무작방편을 이용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매우 훌륭하고 적절한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단체의 인도자는 인위적인 수행을 해도, 또 인위적인 수행을 하지 않아도 모두 병통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마음으로 지었다고 하면 이미 그것은 유위행이요, 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 역시도 유위행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진정한 무위행은 수행을 하고 안하는데 있지 않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참으로 수행을 해도 병, 안해도 병이되면 앞으로도 가지 말고 뒤로도 가지 말고 그냥 서 있지도 말라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기에 길이 아주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위행과 무위행은 결코 대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마경에서 유위와 무위는 대립되어 있는 듯 하나, 실은 둘이 아니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유위를 버리고 무위를 취할 것이 아니라 유위의 모습을 바로 봄으로 인해서 유위가 곧 무위임을 알라는 뜻입니다.

중생들이 번뇌망상이 되었건 그 번뇌망상을 끊기 위해 행하는 인위적인 수행이 되었건 일체가 유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유위가 실체가 있거나 제 성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위가 실체가 없고 제 성품이 없다면 유위가 그대로 무위가 됩니다. 유위와 무위를 갈라놓고 행을 지어서는 안됩니다. 거룩한 유위의 수행을 통해서 무위의 경지를 깨닫되 그 유위를 관찰하여 집착하거나 머물지 않는다면 혹 인위적인 수행을 닦아도 결코 병이되지 않습니다. 인연에 따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서 있기도 하되, 거기에 실체성만 빼내 버린다면 유위를 버리지 아니하고도 무위를 얻을 것입니다.

유마선원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