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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⑨

기자명 법보신문

방하착은 적극적인 수행방법 될 수 없어
마음안에 있는 무엇에 놓으라는 건 허구

수행자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집착을 놓아라’ 하는 의미의 방하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놓아버리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방하착도 수행방법이 될수 있나요?

우선 방하착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 유래부터 살펴봅시다. 이 용어가 생기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때 흑치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이가 부처님께 양손에 오동꽃을 꺾어들고 예배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젊은이가 부처님께 양손의 꽃을 바치려고 하는 순간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흑치여, 오른손을 놔라” 흑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꽃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흑치여, 왼손을 놔라” 하셨습니다. 역시 흑치는 왼손에 들고 있던 꽃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흑치여, 또 놔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흑치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저에게 오른손을 놔라 하시기에 오른손에 들었던 꽃을 버렸고 왼손을 놔라 하시기에 왼손의 꽃을 버렸습니다. 이미 양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사온데 무엇을 저에게 또 놔라 하십니까?” 그러자 부처님은 흑치에게 대답하셨습니다. “흑치여, 내가 그대에게 놔라 한 것은 꽃이 아니니라. 오른손을 놔라 한 것은 눈, 귀, 코, 혀, 몸, 정신인 ‘육근’을 놔라 하는 의미요, 왼손을 놔라 한 것은 형상, 소리, 냄새, 맛, 대상인 ‘육경’을 놔라 하는 의미며, 다시 놔라 한 것은 눈의 의식, 귀의 의식, 코의 의식, 혀의 의식, 몸의 의식, 정신의 의식인 ‘육식’을 놔라 하는 의미니라.”
이 말을 들은 흑치는 그 자리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흑치는 공들여 수행을 닦지 않고도 부처님의 말씀 몇 마디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 됩니다. 말하자면 순간에 일체의 집착을 다 놔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이 일화가 시초가 되어 중국 선종에서 ‘방하착’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고 지금도 많은 수행자들에게 자주 통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느 단체에서는 수행자들의 마음 안에 무엇이 있다고 가르치면서 그 안에다 일체를 놔버리라고 가르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놔버려라’라는 말을 선가에서 사용한 이유는 이 말을 가지고 수행 방법으로 삼게 하려했던 것이 아니라 수행자에 있어 스스로의 집착을 순간적으로 돌아보게 하여 그 집착을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놔버려라’는 말은 적극적인 수행 방법으로는 채택될 수 없고 자신의 집착을 어느 정도 없애게 하는 데는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흑치 같은 특별한 근기를 제외하고는 일체를 놔버리고 싶어도 놓아지질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방금 질문하신 신도님이 모든 것을 놓으려고 해도 놓아지질 않는 경우와 같습니다.

물론 이 방하착이 수행방법이 아주 안 될 수는 없습니다. 마음에서 어떤 경계가 일어날 때 그 마음을 놓아버림으로 인해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중생 마음가운데의 번뇌나 무지는 일어나는 것도 있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있으며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있고 알아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놓을 수 있는 것은 굵고 거칠게 일어나는 번뇌들입니다.

예컨대 강하게 일어나는 욕심, 성냄, 원한, 대립, 공포, 시비심 등은 그 마음을 놓아버림으로써 수행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번뇌나 미세번뇌, 근본무명등은 부처님이나 알아챌 수 있으므로 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닙니다. 수행자가 일체를 놓아버리고 싶다고 해서 놓아질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일체를 놓아버리는 경지에 이를 수가 있을까 수행자는 반드시 방하착 즉, 일체를 놔버리는 공부는 해야만 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흑치가 아닌 이상 수행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일체를 놓아버리는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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