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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치유와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의 관용-평정심이 한국병의 묘약
‘고약한 심보’없애는데 불교계 앞장을

불교는 타종교에 비하여 관용적이고, 평정심을 귀하에 여기고, 열광적으로 흥분하여 타자에 대하여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으며, 자기고집으로 막무가내 일을 밀고 나가지 않는다는 세평을 받고 있다. 이것은 불자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일반적인 중의를 모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불교의 이런 성격이 한국병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이라고 여긴다. 대체로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한국병의 증세는 한국인들이 너무 격정적이고, 격정적인 만큼 호오의 기분에 너무 휩쓸리고, 무엇을 하더라고 극단적 행동양식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주장을 해도 극단적인 구호를 남발하고, 사회운동을 해도 그 방식이 삭발투쟁이나 극렬한 행동양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교육을 해도 극성이고, 종교를 믿어도 광신적이어서 자기 종교에 푹 빠져 사회적 양식을 망각하고, 드라마를 봐도 극중인물이 울음을 참지 못해 몸을 비틀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나는 이런 한국인의 양극적 감정풀이를 ‘멜란커믹’(melancomic)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저 단어는 없다. 다만 멜란코릭(melacholic=우울한)과 커믹(comic=우스운)을 합친 조어일 뿐이다.

우리 나라가 남들이 살고싶어 할만큼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하여 감정적 흥분으로 일상을 대하는 마음을 한 단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공동업을 바꿔야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 어디를 가도 사려깊은 문화국민의 분위기가 넘쳐 나야 한다. 정치사회문화가 온통 격정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 상업경제문화가 아주 극도로 자극적인 광고판으로 마음의 평정을 빼앗고, 학교가 있는 거리가 밤낮없이 유흥가와 밀접되어 있고, 대학가가 서점이나 담소와 사색의 공간으로 이루어지는커녕 환락가와 최첨단 유행거리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남들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다. 좁은 산책길에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팔을 마구 흔들면서 남들을 치고 나간다. 여기에 남녀의 구별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생활이 수도도량생활 같이 되어야 한다고 견강부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흥청대는 상업가도 있어야 하고,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금융가도 필요하고, 고요히 사유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고 싶은 문화가와 교육가도 필요하고, 소음없이 남들에게 피해를 안 끼치면서 평화롭게 사는 주택가도 필요하다. 대학에 가보면 홀로 사색하고 고요히 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모두 흥청대듯이 소음으로 물결치는 것 같다. 동네에 산보거리를 잘 가꾸어서 연꽃 밭과 다른 꽃밭들을 다 조성해 놓았는데, 웬 일인지 다른 꽃들은 괜찮은데 유독 연꽃들만 훼손해 놓고, 심지어 연꽃이 피지 못하도록 줄기마저 무참히 꺾어 놓은 해괴한 일들이 생긴다. 한심하다 못해 슬퍼지고 화가 난다. 이런 고약한 심보를 진정시키지 않고서는 우리는 좋은 나라를 가꾸는 공동의 선업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 같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마음들이 자란다. 이것은 철칙이다. 우리는 좋은 사회분위기를 염려하여 일심으로 분위기 좋은 나라를 가꾸어 가자. 불교가 그 일에 앞장 서 나가자. 좋은 법문이 따로 있나? 좋은 나라 만드는 것이 좋은 법문 아닌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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