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범종은 조형면에서 일본이나 중국종과 상당히 다른 독창성을 갖고 있다. 한국 범종의 첫 번째 독창성은 종고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100여년간 학계에 논쟁거리가 돼온 원통과 원통을 감싸고 있는 용의 조각은 다른 나라의 종과 한국 종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우선 중국과 일본의 종에는 원통이 없고, 또 양을 대칭적으로 두 마리를 새겨 넣은 반면 한국의 종에는 가운데 원통을 넣고 한 마리의 용을 새겨넣었다.
한국 종에는 종의 몸통 부분에 우둘투둘한 유곽을 그려넣고 매(종두)를 4면에 9개씩 총 36개를 달았다. 반면 중국에는 매가 없으며 일본 종에는 약 100∼140여개의 매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일본 종에는 십자형으로, 중국 종에는 가사형으로 종횡 구획선이 그려진데 반해 한국 종에는 종횡을 구획짓는 선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중국과 일본종 사이에는 여러 가지 비슷한 요소가 나타나지만, 한국종과 중국종 사이에는 유사점이 거의 없다. 이와는 달리 한국종과 일본종은 매가 달려있고, 종구입면이 수평하다는 측면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