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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禪불교 알리는 스리랑카인 혜월 스님

'내가 찾은 최상의 수행법은 한국 禪'

90년대 이후 초기불교에 대한 국내 불교계의 관심이 확산되면서 90년대 말부터는 위파사나로 대변되는 남방불교의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현재 1만여 명 이상의 한국인 불자들이 위파사나 수행을 하고 있으며, 또 매년 600명의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위파사나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을 직접 방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전통적인 수행법인 선(禪)은 오히려 오늘날 여전히 유용한 수행법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 선의 대중화를 위해서 수행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83년 구산 스님에게서 禪 수학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에서 출가한 스님이 선불교에 매료돼 한국에서 직접 수행한 후 서구에 한국선을 알리고 있는 스님이 있다. 남방의 노란색 승복 대신 한국의 전통적인 잿빛 승복을 착용하고 남방식 법명 대신 한국에서 새로 받은 법명만을 고집스레 사용하고 있는 혜월(慧月) 스님이 그 주인공. 스님은 15년째 호주와 미국 등에서 푸른 눈의 서구인들에게 한국선의 우수성과 수행방법에 대해 지도하고 있는 전법사이자 수행자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으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는 선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92년부터는 선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불교명상센터(Buddhist Meditation Center)를 건립해 일반인이 선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고 있으며, 다양한 선불교잡지를 펴내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통적인 남방불교의 수행법을 익힌 스리랑카 스님이 선의 어떤 점에 그토록 매료됐던 것일까.

'선은 각자가 스스로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걸림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합니다. 단순히 정신집중을 위한 명상이나 일시적인 마음의 번뇌를 없애기 위한 선정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불성의 자각을 통한 참된 자아계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은 마음을 다스리는 탁월한 수행법'이라고 늘상 강조하는 혜월 스님이 선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스리랑카 스승인 데바난다(K. Devananda) 스님을 만나면서부터다. 평범한 교사의 아들이었던 혜월 스님은 19살 때인 1979년 12월 자신이 살던 지역으로 법문을 온 데바난다 스님을 만나면서 출가를 하게 되고 수구나난다(Sugunananda)라는 법명도 받는다. 위파사나는 물론 선에도 조예가 깊던 데바난다 스님은 제자들에게 남방의 수행법과 북방의 수행법을 동시에 가르쳤다. 이 때 선을 처음 접했던 스님은 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던 중 우연히 홍콩에서 만난 영국인 스님으로부터 선을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면 한국 송광사로 갈 것을 권유받는다.



미국서 한국식 승복-법명 사용

데바난다 스님과 상의를 한 끝에 스님은 83년 6월 순천 송광사를 찾게 되고 구산 스님으로부터 혜월이라는 법명과 함께 '이뭣꼬' 화두를 받아 본격적인 선수행을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수행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낯선 이국생활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공동수행생활, 생소한 언어와 문화 등. 설상가상으로 송광사에 온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맞게된 은사 구산 스님의 입적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구산 스님은 당시 우리에게 수행자의 사표이자 선지식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입적하시자 풋내기 수행자들은 당연히 흔들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목에 칼이 들이대도 수행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스님의 말씀을 유훈 삼아 부지런히 정진했습니다.'

선지도-강연-출판으로 禪 포교

요즘도 해월 스님은 마음이 해이해지려 할 때면 '편하게 먹고 입으려고 출가한 것이 아니라 일대사본문을 깨우치기 위해 출가했음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구산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송광사 선방에서 일곱차례 안거를 마친 스님은 주변의 권유로 호주에서 불자 지식인들의 모임인 불교소사이어티회 회원들에게 2년간 참선을 지도한 후 98년 송광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1년여간 수행하던 스님은 미국 LA 관음사 주지 도안 스님의 요청으로 미국에서 한국말을 못하는 현지인과 교포 2세들을 대상으로 참선을 지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91년 헐리우드 근방에 독자적으로 불교명상센터를 세우고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참선지도에 들어갔다.

'서구인들은 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선은 일체의 외부적인 사물이나 경계, 편견과 차별심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월 스님과 스님의 미국인 제자들

현재 제자만 4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혜월 스님의 선 지도가 서구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은 영어, 독일어, 한국어, 팔리어 등에 대한 탁월한 어학 실력과 탄탄한 교학적인 이해에 있다. 이를 토대로 그들에게 종교로서의 선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법으로 선을 먼저 소개하고, 그들이 불교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교리를 지도한 후에 수계식도 갖는다.

한국의 선이 좋고 한국의 불교문화가 좋아 미국에서의 공식적인 이름마저 Hyewol sunim(해월 스님)으로 지었다는 그는 '선이라는 훌륭한 수행법이 있음에도 변형된 수행법이나 다른 전통의 수행법에만 깊은 관심을 갖는 일부 한국인 불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한국불교계가 선에 대한 대중화와 홍보를 통해 길을 몰라 헤매는 많은 중생들에게 참다운 삶의 희망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혜월 스님이 보는 한국불자

'신심 깊지만 교리 이해부족'

'한국은 오랜 불교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수행과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불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리적인 이해는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살고 부처님처럼 깨우침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부처님께 의존하려는 것 같습니다.'

2년에 한번씩은 한국을 찾는다는 혜월 스님은 기복위주의 신앙형태는 불교도 종교인 이상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이러한 부분에 경도되면 결국 법은 없고 기복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병이 생기면 이를 고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불치병의 경우 약으로 낫을 수 없다면 부처님의 힘으로 하고 치유하려는 것도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를 극복하려는 것 또한 불교인 것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면서도 자신의 현실이 슬프고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불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혜월 스님은 '불교계 지도자들이 불자들을 어리석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불자들이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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