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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신라문서 ‘불설불명경편’ 김생 글씨일까, 아닐까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6.12.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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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지학회 11월 25일 학술적 검토

“8세기 서풍(書風)인 것은 확실하지만 김생 글씨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추사가 ‘금자 사경은 모두 김생과 안평대군 이름을 갖다붙인다’고 말할 정도로 김생 글씨는 가짜가 많았다.”

지난 20년간 진위여부로 논란이 돼온 ‘불설불명경편’〈사진〉이 서울대 기초과학교육연구공동기기원 탄소연대측정 결과 통일신라시대 문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것이 ‘해동(海東)의 서성(書聖)’이라 불린 통일신라의 명필 김생(金生)의 글씨인지에 대한 여부는 여전히 학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문서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지난 11월 25일 한국서지학회의 주최로 열렸다.

온양정씨 집안에서 9대째 보관해온 ‘불설불명경편’ 문서가 통일신라시대에 쓰여진 것은 확실하지만 김생의 글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서지학회는 11월 25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최근 통일신라시대 문서로 확인된 ‘김생 글씨’ 문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회에서 ‘통일신라시대 사경편(寫經片)의 서풍’을 발표한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불설불명경편이 8∼9세기 중국 당나라때 또는 일본 나라후기부터 헤이안초기에 쓰여진 사경과 유사한 서풍을 보이며, 김생의 글씨를 집자(集字)해서 만들어진 낭공대사비와 부분적으로 가까운 점도 있지만 김생의 필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추사 김정희가 안평대군 사경첩 발문에서 ‘금자로 쓴 불경은 모두 김생과 안평대군의 이름을 갖다 붙인다’고 했을 정도로 김생과 안평대군의 이름을 붙인 가짜 글씨들이 많이 나돌았다”며 “불설불명경편과 낭공대사비명을 비교해보았을 때 8세기 서풍인 것은 확실하지만 서체상 다른 부분이 많아 김생의 필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불설불명경편에 쓰여진 글씨는 해서체이다. 그런데 현재 김생의 글씨라고 전해지는 글들은 모두 금석문인데다 행서나 초서만 남아있고, 해서체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불설불명경편과 다른 김생의 다른 글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또 당시 당나라나 일본에서 쓰여진 사경체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 글을 김생의 글씨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이완우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주제가 된 불설불명경편 문서는 온양정씨 집안에서 9대째 이어져온 문서로, 이화여대 중문과 정재서 교수의 아버지 고 정승희씨가 20년전 공개했다. 정재서 교수에 따르면 이 작품은 조선 영조 때 경북 청도군수로 있던 정 교수의 9대조 정창유(鄭昌兪) 공이 관내 한 사찰의 화재사건 때 파손된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것을 보관해 온 것이라고 한다.

이 문서에는 가로 20cm, 세로 30cm 크기의 종이에 6분의 부처님 이름이 적혀져 있으며 종이의 오른쪽 귀퉁이에는 후대의 글씨로 보이는 ‘김생 육행(金生 六行·김생이 쓴 6줄이란 뜻)’이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다. 하지만 20년전에는 김생의 글씨로 단정할 증거가 없어 진위 논란으로 그쳤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기초과학교육연구공동기기원에서 탄소연대측정 결과 이 문서의 제작연대가 789년 ±60년으로 확인됐다. 김생의 생몰연대(711~791)와 일치하는 것이다.

한편 ‘신라종이에 관한 소고’를 발표한 박지선 용인대 교수는 “불설불명경편이 적힌 종이는 닥(楮)섬유 재질로, 상당히 질이 뛰어난 종이”라며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던 마지(麻紙)보다 한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종이의 표면 가공방식이 모두 도침방식(종이를 여러장 겹쳐 두드려 한장의 종이로 만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서 전해진 제지술을 우리 풍토에 맞게 발전·정착·완성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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