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이하 조사단)과 문화재청은 12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의 사찰문화재’를 주제로 제1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발굴조사단과 문화재청이 2002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전국 사찰문화재 일제조사’의 성과를 정리하고, 관련학계에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는 전국 사찰문화재 일제조사의 성과에 대한 조사단 단장 탁연 스님의 발표를 시작으로 △서산 개심사 목아미타삼존불과 충남지역의 고려후기 조각(덕성여대 최성은 교수) △비암사괘불을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 불화연구(동국대 김창균 교수)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불교문헌 연구(중앙대 송일기 교수) △조선후기 범종 장인 연구(국립중앙박물관 최응천 전시팀장) △한국 건칠불상의 광학적 조사 연구(조사단 임석규 책임연구원)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서산 개심사 목아미타삼존불과 충남지역의 고려후기 조각’을 발표한 덕성여대 최성은 교수는 “몽골과의 전쟁 이전에 제작된 개심사 불상과 이후에 제작된 충남지역 불상들 사이에는 얼굴형태에서 약간의 변화가 발견된다”며 “개운사 불상은 기본적으로 갸름한 얼굴인데 비해 전쟁 이후에 제작된 불상들은 이마의 폭이나 하악골 부위의 폭이 넓어지는 등 얼굴형태에서 변화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개심사 불상은 조각적으로 매우 우수한 불상으로서 고려시대 불교조각이 북송말 남송초의 조각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뛰어난 고려조각으로 발전된 것을 알려주는 예”라며 “개심사불상은 대몽항쟁 이후 주변의 다른 불상 조각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불교문헌 연구’를 발표한 송일기 중앙대 교수는 순천 송광사에 소장된 비지정 전적문화재들을 총정리했다.
현재 송광사에는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전적문화재로 대장경 관련 유물 2종 45점을 비롯해 고려문서 4종 4점, 간경도감 중수 교장본 5종 5책, 사천왕상 복장 불서 12종 14책 등이 있다. 이번에 송 교수가 조사한 문헌들은 비지정 전적문화재로 모두 670종 1500여책이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귀중불서 3종이 포함돼 있다. 첫번째 귀중불서인 고려 분사대장감도감본 천태은사한산습득시집(天台隱士寒山拾得詩集)은 중국 당대 인물인 한산과 습득, 풍간 등 세 사람의 시를 모아놓은 책으로, 여구윤이라는 사람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권말에는 갑인년 즉 고려 고종 41년(1254)에 간행된 사실이 밝혀져 있다.
두 번째 귀중불서는 염상당이다. 이 책은 고려 보조국사 지눌의 뒤를 이어 조계의 제2세가 된 진각국사 혜심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46세 때인 1226년 제자인 진훈 등과 더불어 중국 경덕전등록의 체재를 모방하여 선가(禪家)의 고화(古話)와 여러선사들의 글을 모아 편찬한 책을 강설할 때 참고했던 사전류의 책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 귀중불서인 보권계살생문은 살생을 금지하도록 간곡히 경계하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권말에 정통 14년(1449년) 매죽헌 청지가 필사한 사실이 밝혀져 있으며, 1539년 지리산 신흥사에서 개판됐다는 간기가 새겨져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아직 전혀 소개되지 않은 판본이다.
‘비암사 괘불화를 비롯한 17∼18세기 충청지역 괘불화파 연구’를 발표한 김창균 동국대 교수는 조선후기 충청지역 괘불화 화파를 신겸파와 법형파, 경잠파, 명옥파, 응열파, 철학파, 능학, 해숙, 명혜파, 축명파, 과훈파, 유행파, 유성파 등 13개의 화파로 분류했다.
또 최응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장은 조선후기 범종을 제작한 장인들의 계보를 정리했으며 임석규 조사단 책임연구원은 한국 건칠불상의 광학적 조사 연구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4년간 조계종에서 조사한 내용들에 대한 첫 번째 학술적 검토이자 관련 학자들에게 새로운 기초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