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단부 해체 “할까…말까…”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6.12.26 09:55
  • 댓글 0

진퇴양난에 처한 익산 미륵사지석탑 복원

“모두 해체해 원형 찾자”
“후대의 몫으로 넘겨야”
학계 전문가도 의견 엇갈려

<사진설명>현재 1층 탑신부와 기단부를 남겨놓고 있는 미륵사지석탑은 더 이상 해체할 것인지 현상태에서 중단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한국 최고(最古)의 석탑인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 해체 복원작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2001년부터 해체를 시작한 미륵사지 석탑은 현재 1층 탑신부와 기단부의 해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조선시대에 설치된 석축들의 잔석을 걷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 자문위원회에서는 1층 탑신과 기단부의 해체를 앞두고 의견이 양분되어 있다. 1층과 기단부까지 모두 해체를 해서 한국 최초 석탑의 원형을 찾아보자는 주장과 1층과 기단부는 역사적 산물로 남겨놓은 채 그 윗부분만 복원을 하자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2001년 10월 31일 해체작업을 시작할 당시 미륵사지 석탑은 붕괴 위험이 제기될 정도로 안전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었다. 붕괴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해체작업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어디까지 해체를 진행할 것이며, 6층으로 복원할 것인지 9층으로 복원할 것인지도 결정하지 않은 채 작업이 시작됐다. 그 이면에는 해체 과정에서 석탑 복원의 방향이 드러나리라는 막연한 기대도 잠재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5년간 미륵사지석탑 해체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조물연구실 김덕문 연구관은 “처음 해체를 시작할 당시에는 사실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석탑의 구조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해체를 급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해체 과정에서 복원과 관련된 단서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탑의 뚜껑을 열자 예상외의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내부 탑신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붕괴돼 있고, 예상했던 것보다 2배 이상의 석물들이 드러났다. 또 1915년 일제가 콘크리트로 보강한 부분을 뜯어내자 조선중후기에 탑의 붕괴를 막기 위해 덧된 석축과 잔돌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석탑의 원래 모습 즉 백제시대에 처음으로 조성될 당시 석탑의 원형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륵사지석탑 해체현장에서는 조선시대에 덧된 것으로 추측되는 석축들의 잔석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잔석들이 제거된 후에는 기단부까지 해체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미륵사지석탑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팽팽하게 양분되고 있어 이른 시일내에 결정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해체와 관련된 3가지 안건과 복원과 관련된 3가지 안건이 제시됐다.

해체와 관련된 의견으로는 △석축만 해체한 후 정비하자는 1안 △석축과 함께 초석상부까지 해체하자는 2안 △기단까지 해체한 후 지반발굴조사를 하자는 3안이 제시됐다. 또 복원과 관련된 안으로는 △해체 전 형태로 복원하자는 1안 △부분적으로 복원해 6층까지 정비 수습하자는 2안 △백제시대에 조성된 9층까지 전부 복원하자는 3안이 제시됐다. 이 경우의 수들을 합치면 9가지 안이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기단부까지 해체한 다음 원형복원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백제시대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기단부를 살릴 경우 애초에 미륵사지석탑의 붕괴를 가져왔던 지반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만약 기단부를 살리는 안이 결정된다면 9층으로 탑을 복원하는 안은 현실 불가능해진다.

해체를 시작할 당시에 기대했던 미륵사지석탑 복원의 실마리는 1층의 탑신이 드러난 지금까지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상태로 계속 해체가 진행된다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석탑은 1400년전 역사적 비밀을 품은 채 역사 저편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1964년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회)가 발표한 베니스 헌장에는 “문화재 보수의 목적은 문화재의 미학적·역사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있으며, (중략) 추측이 되는 시점에서 중지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미 5년간의 해체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미궁 속에 갇힌 미륵사지석탑을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더 파헤칠 것인가, 여기서 중단하고 백제시대에 조성된 기단부는 후대의 몫으로 남길 것인가.

현재 미륵사지석탑 해체·복원작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져있다.

익산=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