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이성계 발원 불사리장엄구. |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발원하기 위해 미륵신앙을 담은 불사리장엄구를 제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경대 강사 주경미 씨는 6월 2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미술사학회 제156회 월례연구발표회에서 ‘이성계 발원 불사리장엄구의 연구’를 발표했다. 주경미 씨가 소개한 불사리장엄구는 1932년 6월 금강산 월출봉의 한 석함에서 출토된 것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기 명문에는 ‘분충정난 광복섭리 좌명공신 벽상삼한 삼중대광 수문하시중 이성계, 삼한국대부인 강씨’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는 1389년 공양왕 옹립 이후 하사받은 이성계와 후일 신덕왕후가 되는 부인 강씨의 직위이다. 이로 유추해볼 때 사리기가 제작된 연대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정권을 잡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직전이다.
사리기 명문 중에는 미륵하생신앙을 반영하는 내용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주경미 씨는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는 당시 민중적 미륵신앙을 전통적인 불사리장엄과 결합해 제작한 것으로, 발원자인 조선 태조 이성계의 건국의지와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를 금강산에 봉안한 것은 이성계가 건국 이전부터 불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건국과정에서 고려 태조의 금강산 설화나 미륵하생신앙에 등장하는 전륜성왕사상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주 씨의 설명이다.
이 사리기는 조선 건국 이전 이성계의 불교관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