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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은 깨달음의 필수조건 아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8.13 13:17
  • 댓글 0

켈라니야대 유 키 교수 ‘깨달음 통한 금욕’서 주장

“수행 전통 강한 한국은
금욕 중시한 반면
기도 중심의
일본은 계율 무시”

<사진설명>8월 2일 고려대에서 열린 ‘금욕과 개달음’ 국제학술대회.

“금욕주의는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조건은 아니다. 금욕(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금욕이 단순히 깨달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금욕이 깨달음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파격적인 주장이 스리랑카의 한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가 8월 2일부터 3일까지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금욕과 깨달음’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금욕을 통한 깨달음인가 깨달음을 통한 금욕인가’를 발표한 스리랑카 켈라니야대 유키 로마나 시리마네 교수는 금욕이 깨달음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금욕은 수천년간 각 종교의 전통 속에서 ‘깨달음’ 혹은 ‘신과의 만남’으로 통하는 전제조건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유키 교수는 “비구와 비구니에게 부여된 금욕주의가 단순히 깨달음을 위한 것만은 아니며 승단을 지속하고 유지·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욕주의가 대두됐다”고 주장했다.

유키 교수는 “금욕이 먼저가 아니라 깨달음이 먼저”라고 강조하면서 “불환과(不還果, 아나함과)를 성취하면서 완전한 금욕의 단계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든 아라한들은 (성적 능력이 있는) 임포텐스에 해당된다”며 “아라한에 도달하면 섹스에 대한 여력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유키 교수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의 대화주였던 비 사카, 라쿨라 비타와 레쿨라 마따 부부수행자, 빔비사라왕의 비 케마를 예로 들었다.

이날 ‘수도자들의 성적 행위에 대한 초기 계율의 근거’를 발표한 켈라니야대 아상가 틸라카란 교수는 “상좌부 불교 전통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성적인 매력이 끌리는 것은 가장 큰 족쇄로 간주되여, 그러한 족쇄를 푸는 것을 종교적 실천의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금욕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이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해 유키 교수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아상가 교수는 “금욕주의가 내적으로 정합되고 일관된 상태로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성욕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성욕을 피해야 할 것인지는 더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함으로써 금욕과 깨달음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론은 회피했다.

초기불교에서 중시되던 금욕주의가 대승불교로 넘어가면서 경시되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대 인도불교 속의 금욕주의’를 발표한 일본 하나조노대 사사키 시즈카 교수는 “개인의 깨달음을 중시하던 초기불교에서는 금욕을 중시했지만 절대자에 대한 완전한 의지를 강조하는 대승불교에서는 금욕주의가 더 이상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사키 교수는 그 예로 일본의 정토진종을 들었다. 신란을 종조로 하는 정토진종에서는 종파 성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출가자의 결혼을 허용해왔으며, 정토진종의 전통이 19세기 이후 일본의 대처승 제도로 이어지게 됐다.

사사키 교수는 “믿음을 중시하는 대승불교에서는 수행자를 위한 계율이 존재이유를 잃어버리게 되는 데, 단지 기원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계율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행적 측면이 강한 한국불교에서는 두가지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도의 종교인 일본불교에서는 원래 초기불교에서 중시한 금욕주의가 결과적으로 다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사키 교수는 “한국불교가 불교의 근본적인 형태를 계속 추구하고자 한다면 금욕주의에 기초한 수행의 불교를 의식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펼쳤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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