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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수행 안경애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나는 누구인가’ 의문…대학 3년 때 불연
백봉 선생 無色 법문에 눈물, 정진 시작

청소년 시절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고전적 의문에서부터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가치를 찾아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성인도 위인도 아닌 평범한 내가, 기껏해야 80년 정도 살아가는데, 내가 태어나고 죽는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부질없이 왔다 가는 것인가.’‘내가 보고 듣고 인지하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이 세상은 정말 있는 것인가.’ 등 스스로 해결할 수도 답을 얻을 수도 없는 요상한 물음 속에서 헤매고 또 헤매었다.

그러다가 대학 3학년 때인 1975년 5월 어느 날 남동생과 함께 울타리에 흐드러지게 핀 빨간 장미넝쿨을 보면서 “저 빨간 장미꽃 좀 봐, 정말 예쁘지?”하고 물었다.

그런데 동생은 “빨간 장미꽃이 어디 있느냐”며 두리번거렸다.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동생은 적록 색맹이었기 때문에 빨강과 초록이 뒤섞여 있을 때 구별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장미꽃을 빨간색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의 눈에는 빨간색으로, 동생의 눈에는 초록색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미가 비치는 눈의 구조와 성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습과 색깔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고 있는 장미의 본래 색깔은 과연 무슨 색이고, 내가 보고 듣고 인지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의 본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고,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도 없는 나날이 지나갔다. 왜냐하면 눈만 뜨면 보고 듣고 인지하는 세상살이와 세계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것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것들의 본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고 더더욱 속아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해 9월 우연한 기회에 대학 동아리 선배의 소개로 백봉 김기추 선생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이 백합이 무슨 색깔인고?”하는 백봉 선생님의 음성이 내 귀를 울렸다. 순간 나는 멍하고 말았다.

그 답을 찾아 얼마나 헤매었던가. 다음 순간 “무색(無色), 비색(非色) 아이가”하는 말을 들으며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가슴에는 한없는 평안과 감동이 흘렀다.

나의 불교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날 이후 매일 보림선원에 가서 법문을 들으며 정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대에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일상의 삶을 살면서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생활이 곧 선이라고 말을 하지만, 바쁜 생활을 하다보면 늘 경계에 끌려 다니느라 정신 차려 공부하기가 매우 힘들고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을 모두 버리고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어렵다고 주저앉을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었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나는 인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의가 남달랐던 것 같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 염원으로 백봉 선생님 같은 선지식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부(53·경기 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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