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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인의 포교-봉사 정예모임 시비회(施悲會)

'전법이 극락정토 앞당기는 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예요?'

'부모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형, 누나, 동생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며칠간 이어진 매서운 추위에 움츠렸던 어깨가 활짝 펴질 만큼 따뜻해진 날씨 덕분일까. 지난 1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백마신병교육대 '늘푸른 법당'을 찾은 200여 명 신병들의 목소리는 법당 밖 나뭇가지까지 흔들려라 쩌렁쩌렁 울렸다.


군-복지 시설에서 맹활약

일요일 오후 늘푸른 법당을 찾은 장병들은 불과 며칠 전 혹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회인 또는 학생 신분으로 마음껏 하고픈 일만 하다가 이제 갓 군에 입대한 새내기 훈련병들. 따라서 일반인에서 군인으로의 신분 변화만큼이나 크게 변한 생활 속에서 부모·형제가 있는 집이 눈물겹도록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자신의 변화된 신분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신병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시비회(施悲會)'회원들. '자비를 베푸는 모임'시비회는 한국불교 재가교육도량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동산불교대학 12기 졸업생 모임이다. 불교대학 2학년 때부터 군 법당을 찾았던 이들은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시비회를 결성, 매월 두 번째 일요일이면 이렇게 어김없이 군 법당을 찾고 있다.

시비회가 매월 한번씩 찾는 백마신병교육대는 여느 군부대와는 사뭇 다르다. 6주간의 신병교육 과정을 마치면 제대할 때까지 근무할 부대로 배치를 받아 떠나기 때문에 매번 법회에 참석하는 얼굴이 바뀐다. 따라서 시비회는 단 한번의 만남에서 이들에게 '어떻게 불교를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찾은 해법은 마음에 각인 시킬 만한 스킨쉽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신병들의 등을 안아주는 것이다. 이날 법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신병들을 아들처럼 꼭 안아주실 분 없으세요'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비회 회원 5명이 다가와 손목에 합장주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건강하게 군생활해야 한다'며 장병들을 꼭 안아 주었다.



'이번 주에 생일을 맞은 사람 앞으로 나와봐요'라는 말에 다섯 명의 신병이 주섬주섬 앞으로 나섰다. 이어 사회자가 '우리 신병들을 아들로 생각하고 한번 안아주실 분들 없으세요'라는 말을 내놓자마자 시비회 회원 다섯 명이 신병들 앞으로 다가가 합장주를 하나씩 손목에 채워주고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주었다. 어버이가 자식을 격려하며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안아주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순간 생일을 맞은 신병들은 물론 부러운 마음으로 마냥 이들을 바라보던 신병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군에 들어와 교육을 받는 동안 그 누구도 이처럼 따뜻하게 어버이의 마음으로 대해준 이가 없었기에 가슴속에 있던 그 뜨거운 무엇이 울컥하며 올라왔으리라.


비닐하우스를 찾아 봉사도

법회는 신병들에게 합장주를 나눠주고 희망자들에게 우표와 편지지가 들어있는 편지봉투를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넘게 이어진 법회는 이렇게 시종일관 함께 웃고 울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냥 입대한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군법당을 찾는다'는 회원들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자비와 보시의 의미를 배웠으니, 그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한다. '포교라는 생각에 앞서 배운 것을 실천하자'는 생각이 앞서고 있었던 것이다.

시비회 회원은 73명. 그렇다고 이들이 한자리에 다 모이는 것은 아니다. 군 법당 법회에 20여명 안팎의 회원이 참석하고 있고, 또 다른 회원들은 저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노인·어린이 관련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회원들이 곳곳에 있는 것이다. 전상길 회장은 '회원들 대부분이 군 법당 뿐 아니라 이곳 저곳의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비회 회원들은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연간 몇 차례씩 대부도 둥지청소년의집, 의정부 선재동자원, 원주 소쩍새 마을을 찾아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짓는 일을 하기도 한다. 또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발붙일 곳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른바 비닐하우스 촌을 찾아 낡은 비닐하우스를 새로 지어주거나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하는 일을 하면서 이웃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한 회원은 '사회로부터 소외 받는 사람들에겐 움직이는 것을 도와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돈으로 보시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며 돈이 있어야 보시한다는 생각, 즉 '돈이면 다된다는 세간의 인식'을 꼬집었다.

시비회 회원들은 졸업 후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포교의 필요성을 인식, 포교사 자격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초대 회장을 맡았던 지용남 씨는 '군법당, 불우시설 모두가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포교사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회원의 50% 정도가 포교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돕는건 돈 아닌 마음'실천

'전법의 생활화로 극락정토 실현'을 서원하며 98년 창립한 시비회는 군포교를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매월 한 차례 군 법당 찾기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있다. 연말연시나 부처님오신날에는 십시일반으로 모금, 이웃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시설을 방문해 몸을 비비며 기꺼이 그들의 도반이 되기도 한다. 특히 모임이 잦아지면서 가족들을 명예회원으로 위촉한 것은 시비회 활동과 가정생활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등 자비실천에 온 가족이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성지순례와 수련회에도 가족이 함께 참석하는 등 불자가정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포교와 자비실천의 생활화는 불교지도자는 물론 대다수 불자들의 희망이지만, 시간과 경제력을 문제삼아 회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경제력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포교의 지평은 '시비회(施悲會)'의 활동처럼 개개인이 배운 것을 묵묵하게 실천해 나가는 불자들의 삶이 이곳 저곳에서 이어질 때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이것이 곧 불국정토 건설을 앞당기는 일이기도 하다.



'시비회'는 어떤 모임?

동산불교대 12기 동문…50%가 포교사

동산불교대학 12기 졸업생 모임인 시비회는 98년 수해지역 봉사활동을 계기로 창립의 불씨를 당겼다. 시비회는 98년 12월 73명의 동기생들이 회원 및 전국민의 홍법에 대한 인식 제고와 확산, 포교를 통한 회원의 바른 행동과 바른 삶 영위, 전법의 생활화로 극락정토 실현에 뜻을 모아 창립의 의지를 다졌으며, 2000년 4월 8일 공식 발족했다. 시비회는 98년부터 현재까지 매월 2주 일요일에 군법당을 찾고 있으며, 매월 1회 성지순례, 연 2회 시설 방문 봉사, 연1회 수련회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의 50%가 조계종 포교사 자격을 취득해 포교사단의 각 팀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직업군도 다양하다. 시비회 회원들은 가정주부는 물론 일반 기업체 근무자를 비롯해 법률, 제약, 화학, 경찰 등의 분야에서 각자의 역량을 펼치고 있어 전법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모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출가한 스님이 4명이나 있다는 점은 시비회 회원들이 자부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다.



글·사진=심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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