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성이 강할수록 의례에 대한 강조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봉암사 결사를 통해 이루어진 의례 개혁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능엄주의 독송이다. 성철 스님은 능엄주 독송을 강조함으로써 종합불교로서의 한국불교가 아니라 선문으로서의 강렬한 종파의식을 강조하고 또 지향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 11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성철스님의 일상의례와 선 : 삶 속에서 내 마음을 밝히다’를 주제도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현대 한국불교 의례에서 능엄주 독송이 갖는 의미’를 발표한 한국불교연구원 석길암〈사진〉 전임연구원은 “성철 스님이 봉암사 결사를 거치면서 능엄주 독송을 강조한 것은 한국불교에서 선종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능엄주 독송이 한국불교 의례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내용으로 강조된 것은 봉암사 결사를 전후해서였다. 봉암사 결사에서 능엄주의 독송이 안하는 사람은 베길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강조되었고 그것이 새로운 가풍이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능엄주 독송 자체가 결사의 색깔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의례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석 연구원의 설명이다.
석 연구원은 공주규약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봉암사 결사는 선종으로서의 강렬한 자각을 가진 수행결사였다며 결사에서 이루어진 의례의 개혁 또한 기본적으로 선종의 청규정신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능엄주의 독송 역시 그러한 의례 개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능엄주 독송의 연원이 안거 시에 발생하는 마장과 병마를 제어하고 수행의 힘을 더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점에서 능엄주 독송의 강조는 수행을 강조하는 선종의 기틀을 확립하기 위한 의례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탁효정 기자